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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셀러브리티>, <행복 배틀>과 SNS
요란한소심23. 07. 20 · 읽음 195

오랜만에 정신없이 드라마를 보았다. 넷플릭스 1~3위를 번갈아가며 상위권을 차지한 <셀러브리티>를 정주행했다. 그것도 3일 만에. 그리고 한 가지 더, <행복 배틀>은 유튜브 요약본을 보며 계속해서 트래킹하고 있는 중이다. 두 드라마 모두 SNS 인플루언서에 대한 이야기다.

 

셀러브리티


 

셀러브리티는 비인플루언서였던 서아리가 사건에 SNS 셀럽이 되는 과정을 그렸다. 현실을 반영하고 있겠지만, 그들의 화려하면서 치밀한 셀럽의 세계가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진다. 셀럽은 자신들을 K가 달렸다는 이유로 계층을 나눠 구분한다. 명품 가짜를 팔기도, 스폰을 받기도 하지만 그런 사실이 중요하진 않다. 누가 더 많이 팔로우를 가졌나, 드러난 겉이 중요할 뿐이다.

서아리는 그 세계에서 반기를 들고자 한다. MCN에서 요구한 기계적인 SNS 간판스타가 되기보다는 자신의 브랜드를 세우는 길을 닦는다. 영리하게 기회를 이용할 줄 알고 자신의 영향력을 확장해 나간다. 그 과정 속에서 소위 베프이자 매니저였던 친구가 악플러로 변하기도 하고, 자신을 무시한 셀럽들의 공격할 지원군이 배신을 하기도 한다. 이런 면모들을 낱낱이 밝히는 게 셀러브리티의 줄거리다.

예상치 못한 전개와 반전들이 마지막까지 드라마에 몰입하게 만든다. 아쉬운 부분들도 당연히 있지만, 셀럽의 세계, 일상, 그리고 산업 구조를 다룬다는 것 자체가 재밌었다. 4~5년 전의 인플루언서와 현재의 인플루언서의 위치는 사뭇, 아니 하늘과 땅 차이만큼 다르다. 이전에는 인플루언서로 영향력이 팬층에 한정되어 있었다면, 지금은 인플루언서보다는 셀럽으로 바뀌고 영향력 또한 팬층 외 일반인까지로도 넘어갔다. 

 

행복 배틀


 
이런 면모는 <행복 배틀>에서도 보인다. 이곳의 엄마들도 인플루언서다. 자식과의 일상을 SNS에 올리는 건 숨 쉬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이들이 돋보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나라도 게시하기 위해서. 친해 보이는 엄마들 사이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수한 창들로 이루어져 있다. 서로의 자식들이 SNS에서 돋보이지 않도록 끊임없이 돌려까고 공격한다.

거짓말도 음해도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다. 겉으로는 웃지만 서로에 대한 미움으로 가득 찼다. 그중 가장 센터였던 엄마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 죽음엔 어느 엄마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죽게 된 엄마가 다른 엄마들의 약점을 잡고 협박했던 것이다.

 

SNS와 현실

 

두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SNS의 허상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도대체 보여주는 게 무어라고 그렇게까지 집착하게 되는 것일까. 나도 인스타그램을 보는 걸 좋아한다. 볼 때마다 현타는 온다. 같은 지구에 발을 붙이고 있지만 나는 그들과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다. 가장 예쁜 조각만을 전시하는 곳이 SNS다. 호텔 방을 소개하는 쇼츠를 보았다. 뷰가 너무 예쁜 숙소길래 어딘지 찾아보려던 중 5초 후 놀라운 뒷얘기를 보게 된다. 이불을 하나하나 끌어서 연출하는 것이었다. 연출 전은 다른 곳에서 볼만한 숙소였다.
 
결국 SNS에 올라온 것들은 제일 예쁘고 인위적인 조각들이다. 그 조각이 전체일 것이라 믿으며 쉽게 열광한다. 열렬한 지지와 환호를 통해 <셀러브리티>의 셀럽들은 허위 속 계급을 만든다. 그리고 나는 모르지만 어느 한 세계에서는 계급을 통해 사람을 나누겠지. 얼마나 괴이한가. 자신의 가치를 매기는 기준인 실제 세계도 아닌 가상 세계인 SNS의 팔로워 수라니. 빠르게 붕괴될 수 있는 게 팔로워 수다. 

인플루언서가 초등학생들 꿈의 Top5 안에 들어간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영향력도 생긴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다. 다만, 자신이 살아가는 곳이 현실이라는 것, 진정한 삶의 가치에 대해 충분히 생각했으면 좋겠다. SNS로 도파민이 범람하는 시대가 되었다. SNS에서 보여주는 일부를 신경 쓰느라 진짜 자신을 놓칠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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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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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해서 이리저리 휩쓸렸습니다. 이제는 휩싸이기 보단 선택하고 싶어 요란하게 휴직을 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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