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류, 그리고 환대
둘째 출산을 앞둔 친구 부부네 초대를 받았습니다. 대학시절, 요리교류를 하며 서로 많이 배웠습니다. 친구 부부가 결혼한 이후에 우연히도 제 고향 근처인 대전으로 터전을 옮겼고, 자주는 아니지만 매년 한 번씩은 다른 친구들과 집들이겸 파티하러 찾아갔습니다. 대학시절부터 환대하는 것에 익숙했던 친구는 결혼 하고 나서 더 반갑게 환대를 해줍니다. 친구에게 배운 시금치 크림치즈를 채운 닭가슴살도 언제 꼭 소개하고 싶습니다.

올해는 새총삼촌
친구 부부의 첫째는 태어난 직후부터 매년 보고 있어 제 조카나 다름없이 지냅니다. 다만 일년에 한번 보니 매 번 다시 쳬쳬 삼촌을 각인 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성장 주기에 맞춰 최적의 놀이 개발하는 중인데, 꽤 성공적입니다. 3살 때는 이야기 삼촌, 4살 때는 던지기 삼촌, 5살 때는 퀴즈삼촌, 6살 때는 레고삼촌, 올해는 새총삼촌을 하기로 했습니다.

새총만들기
꺾인 나뭇가지를 주워 조각도로 슬링샷의 손잡이를 깎았습니다. 무의식 중에 가져온 흰 고무줄 2개를 양쪽에 매어, 가운데엔 종이 홀더를 잘라 만든 장전대를 끼웠습니다. 조카와 새총을 들고 아파트 연못 주변에 심겨져 있던 상수리 나무 아래에서 작은 도토리를 주워 연못 가운데 까지 도토리 쏘는 연습을 같이 했습니다.

베란다 허브숲
만삭의 친구가 한사코 혼자 4인분 식사를 만드려고 하기에 저녁식사 때 쓸 허브는 제가 따기로 했습니다. 베란다에는 배양토가 가득담긴 커다란 스티로폼 박스 두 개가 충분한 햇볕을 받고 있었습니다. 한 상자엔 방울 토마토가 크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나머지 한상자엔 비옥한 토양에서 바질과 애플민트가 덤불숲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출산 준비를 앞두고 한 달 정도 제대로 관리 못한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손이 좀 가더라도 수형을 잡아주기로 했습니다. 꽃대가 올라오려는 부분은 과감하게 자르고 아랫가지에서 부터 두개 씩만 남기고 윗부분을 잘랐습니다. 일정 높이 이상 자라면 꽃대가 올라와 억세진다는 걸 알려주고 다듬으면서 나온 바질과 애플민트는 저녁식사 때 최대한 먹기로 했습니다.
친구는 가장 어린잎을 골라 카프레제 샐러드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애플민트 오이워터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제로 메L나 워터 만들기
1리터의 물에 감자필러로 얇게 저민 오이 1/3개와 애플민트 20장 정도를 냉침하여 12시간 정도두면 청량한 기분이 드는 애플민트 오이워터가 완성됩니다. 박과 식물의 공통적인 향에 애플민트의 시원한 향이 만나 달지않은 메론맛이 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메론아이스크림에서 유지방과 설탕을 뺀 맛입니다.

돌아오는 길
친구 부부와 지난 날들을 추억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친구 부부 처럼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이리저리 맞춰 가며 살아가는 것을 곁에서 볼 수 있는 건 참 좋은일인 것 같습니다. 소유하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갚을 수 없는 사랑받고 거침없이 사랑했던 순간들이 우리를 영원에 닿게 해주리라 믿습니다.

쳬쳬
전직 대안학교 교사, 직업재활시설 마케터, 바리스타 강사, 요리사, 잡지 에디터, 콜센터 상담원,그러나 지금은 앞둔 순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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