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도보장인데 안 달아요
숲과글23. 07. 26 · 읽음 48

뭐든 삼세판이렸다. 세 번 도전했다. 다 실패다. '당도보장'이라는데 당 섭취가 거의 안 되는 지경. 속은 기분이지만 마음을 고쳐 먹는다. 이거라도 납품하게 된 농가의 심정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큰 장맛비가 오면  농사 짓는 분들이 제일 맘 쓰인다. 뉴스를 보면서 저절로 말하게 된다. "아유 저걸 어째, 저 많은 농산물을 다 어쩌나". 내 작물은 아니지만 정성껏 키운 농작물들이 물에 잠긴 것을 보는 것은 똑같이 고통스럽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 거라고 하던데, 하늘을 원망하게 되는 건 농부만은 아닐 거다. 그래서 당도보장이라는 말에 속은 것 같은 마음을 달래본다. 슴슴한 맛을 아작아작 씹으며 아낌없이 먹는다. 그 비싼 평양냉면도 슴슴한 맛으로 먹는데, 복숭아라고 못 먹겠나.

 

수박 같은 경우도 당도보장이라고 큼지막하게 써 있었지만, 맛없으면 환불이라고 자신만만했지만, 이걸 먹어야 하나 버려야 하나 고민했던 적이 올해만 두 번이나 된다. 너무 물러서, 너무 싱거워서. 둘 다 맛 없긴 마친가지지만 차마 바꿔달라고 가져가진 못하겠더라. 그걸 다시 가져가기도 귀찮거니와 맛은 주관적인데 이정도면 단 거 아니냐고 하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도. 그러니 그냥 먹다가 지치면 버린다.  

 

슴슴한 이 복숭아도 버리지도 못하고  먹으면서 지난달에 엄마 텃밭에서 따온 복숭아를 떠올린다. 작고 벌레가 많이 먹은 복숭아는 따로 빼두고 이쁜 것들로만 손주들 준다고 골라서 모아둔 복숭아. 저렇게 많아도 3일 만에 다 해치운 녀석들.  어려도 맛있는 건 귀신같이 안다. 살구처럼 크기는 작아도 꿀이 들은 듯 맛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아직 비가 오지 않은 때라 해를 받아 당도가 오를 대로 올랐을 거라고 했다. 그야말로 당도보장이었는데, 그것도 오로지 자연의 힘으로.

 

특히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이맘때 과일들이 대부분 당도가 별로라는 이야기도 들리더라. 부디 비는 좀 그만 오고, 쨍쨍한 햇빛 잘 받아 단 물이 오른 복숭아들을 8월에는 좀 만났으면 좋겠다. 아, 달지 않은 복숭아는 조림으로 만들어 먹으면 좋다고 하던데 나는 생과로 먹는 걸 선호하니 그건 패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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