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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짜 알고 싶은 사랑이란 어떤 모양일까?
예프23. 07. 28 · 읽음 138

발품을 팔아 새로운 장소에 가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시간들여 무거운 장비를 챙겨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는 이유도
그곳에 가서 쌓아올릴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앞섰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그런가.

소설 <보테로 가족의 사랑 약국>에서 내가 한동안 멈춘 페이지에는
이환이라는 인물이 장소에서 느끼는 몽실몽실한 기분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상점 안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미세한 입자들이 이환의 몸을 살포시 감싸는 느낌이 들었다. 
어린 시절 친구 집에 갔을 때의 넉넉하고 푸근한 분위기가 상점을 꽉 메우고 있다고나 할까.
을씨년스러운 재래시장과 고즈너한 주택가의 분위기를 단번에 휘발시키고도 남을 만큼 
실내는 아늑했다. 중앙에는 쿠션감이 좋은 소파와 탁자도 보기 좋게 배치되어 있었다.
신개념의 약국 분위기였다. p.101

 

 

나에게 좋은 책이란 이렇듯
나의 감성을 건드리는 부분이
많이 있을 때다.

 

과거를 돌아볼 기회를 주기도
내가 사랑하던 사람들을 다시한번
찬찬히 바라볼 시간도 주기 때문에
책을 이렇듯 즐겨 읽는지도 모르겠다.

 

어제 공허함과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을 찾아내야 한다고 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이렇듯 하나하나 발견하고 있다.

 

이 소설은 사랑, 사랑 타령뿐이다.
남편에 대한 사랑, 부모에 대한 사랑,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
갓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의 이야기, 짝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

 

이야기 전개도 매끄러운데 그 안에 품은 이야기는
넓고도 깊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내가 좋아하는 인스타툰이 생각난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는 illust_jk인데

그녀가 그리는 그림들을 보면 
나도 우리 가족 이야기를 그림으로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봤자 아직은 그림 연출이니 구도니 이런 것을 공부하는 중(@purpl_e1)이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것보다
자신이 사랑을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진혁을 보며
한때 누군가를 좋아하고 함께 이야기하며
행복했다는 순간이 생각났다.

 

그래, 이래서 연애를 했었지.

 

누군가를 좋아하면 이렇게까지 사람이 말랑말랑해지고
세상이 그렇게 눈부시고
그러던 때가 나도 있었지.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용희가 말하는 사랑의 정의가
지금, 이순간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뭘까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은, 외딴섬처럼 떨어져 있던 타인과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 아닐까요?
나로만 살던 내가 다른 사람이 느끼는 고통과 기쁨을 똑같이 느낄 수 있게 되는 거요.”

-282p

 

특히 두번째 문장인 리얼 찐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가족에 대해서도 해당되고

 

지금 내 머릿속에는 가족밖에 생각이 안나니까.

그래서 기어코 가족과의 추억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어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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