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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나를 부르는 '기린카페'
우주의사냥꾼23. 07. 28 · 읽음 304

카페 중독자

 

  아내와 나는 카페에 가는 것을 상당히 좋아한다. 외식을 할 때면, 식사 후  반드시 카페를 2차로 가야만  한다. 손님과 식사하고  술 한잔을 할 때도, 그 다음 코스는 반드시 카페로 향한다. 식사하고, 술 한잔 하면서 충분하게 이야기를 나눴음에도 2차는 꼭 카페에 들러야한다. 그래야만 모든 일정이 마무리 되는 기분이다. 어쩔 때는 1차에 카페에서 만났는데, 2차에 또, 다른 카페를 찾아가기도 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정도면 카페중독자다'라고 말하곤 한다.

 

 

카페 도장깨기 

 

  우리 동네에 크고 작은 카페가 대략 30개정도가 있다. 자칭 카페 대장인 아내와 나는 우리 동네 모든 카페를 찾아가 보기로 작정하고, 무작위로 동네 카페투어를 시작했다. '대단한 투어'라 생각하고, 아무 일 없이 둘이서 카페를 찾아 가보기도 하고, 손님 접대, 가족모임, 친구만남, 아내와 단둘이 데이트도 다  포함하여 하나 둘씩 우리 동네 카페 도장 깨기를 시작했다.

  우리 동네 모든 카페를 부지런히, 그리고 일없이 찾아다니던 중  아내와 나는 유난히 한 카페가 눈에 꽂히기 시작했다.

 

 

CAFE BAUHAUS & 문지기

 

  우리 부부의 눈에 꽂혀버린 카페는 커다란 기린 조각상 한 마리가 마치 문지기 처럼 턱~ 버티고 서있는 'CAFE BAUHAUS' 이다.

  그리고 이 카페는 실내에 크고 작은 꽃나무와 화초 화분들이 가장 알맞게 꾸며져 있었고, 카페 옆 창밖에도 심플하지만 가지런하게 화분들이 꽃을 담고 베란다와 벤치에 배열되어 있었다. 

  우리 동네 인문학카페 'CAFE  BAUHAUS'그리고 늠름하게 출입문 옆에 수호신 처럼 버티고 서있는 커다란 '기린 조각상'의 어울림, 이 기린 조각상은 영락없는 CAFE BAUHAUS의 늠름한 '문지기' 그  이상 이었다.

  그리고 'CAFE BAUHAUS'는 꽃을 상당히 좋아하는 아내와 나에게는 매력 넘치는 쉼터임이 분명하였다.

  아내와 나는 야심차게 시작한 우리 동네 카페 투어를 잠시 멈추기로 하고, 'CAFE BAUHAUS'에 진심을 다해 우리들만의 안식처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최고의 쉼터 

 

  'CAFE BAUHAUS'는 우리 부부의 취향에 딱 들어 맞았는데, 우선 넓은 실내 공간, 심플하지만 세련미가 돋보이는 인테리어, 시원하게 높은 천정, 적절한 조명들은 쉼터로, 때론 소통의 장으로써 손색없이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있고, 그야말로 안성맞춤 그 자체였다. 내부 공간이 넓은 데도 테이블은 빽빽하지 않고, 공간이 여유있게 배치되어, 카페 손님들이 서로 간에 프라이버시(privacy)를 침해받지 않고 아주 편안하게 커피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었다.

 

 

  우리 부부는 집 가까운 '순천만국가정원'을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여지없이 바우하우스 카페에 들러 힐링의 맛을 더욱 더 증폭시키고 집에 간다.

  'CAFE BAUHAUS' 여사장님은 언제나 상냥함과 변함없는 친절함, 그리고 정감어린 미소의 소유자였다.

  아내와 나는 우리 동네에서 이처럼 안정감 있고, 심플한 카페를 찾을 수 있음에 내심 반가움을 금치 못했다. 우리 부부는 점차 'CAFE BAUHAUS '를 자주 찾게 되면서 이 카페의 아늑하고 쾌적한 분위기에 매료되어 갔고, 이내 우리들의 맘속에 '최고의 쉼터'로 안착시켰다.

 

 

이웃사촌

 

  'CAFE BAUHAUS' 여사장님과 우리 부부는 점점 서로 간에 코드가 맞아 갔다.

  카페에 들를 때마다 우리 부부는 카페 여사장님과 잠깐잠깐 나누는 대화 속에서도 서로 간에 공통의 관심사가 섞여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카페 여사장님의 자투리 시간에 서로 잠깐 나누는 대화 속에서도 여러 가지 (꽃, 책, 독서, 인테리어, 건강상식, 가구 등) 이야기 거리를 찾아내곤 했다.

  이제, 카페 여사장님과 우리는 이미 다정한 이웃사촌이 되어 있었다. 

  '바우하우스 카페'를 찾을 때마다 유달리 반갑게 맞아주시는 카페 여사장님의 '제스처(gesture)'는 그 누가 보아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이웃사촌임이 분명해 보인다.

 

 

'센스쟁이' 카페 여사장님

 

  우리가족이 바우하우스 카페를 찾을 때면 카페 여사장님의 센스 있는 배려가 발하기도 한다. 부족한 커피는 인원수에 맞춰서 덤으로 주시는 것은 보통이다.

  아내와 둘이서 카페를 찾을 때면 맛있는 '비스킷(Biscuit)'을 덤으로 주신다. 우리는 누구나 다 주는 건줄 알았는데, '아무나 주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빙긋이 미소를 보내신다.

 

 

  또, 언젠가는 내가 좋아하는 곶감을 한접시 내어주시면서 "커피에 잘 어울리는 디저트(dessert)입니다. 한번 드셔보세요."

  하신다.

  "아, 감사합니다. 어떻게 제가 좋아하는 줄 아시고 주시나요?"

  했더니, 남아있는 곶감을 봉지 째 다 주시기도 하셨다.

  또, 한번은 지인이 선물로 주고 간 마른생선을 혼자 다 못 먹으니 나눠 먹자면서 종이가방에 담아 주시기도 하셨다.

 

 

진심이신 카페 여사장님 

 

  "사장님은 꽃을 참 잘 가꾸십니다."

  베란다 화분에 물을 주시는 여사장님을 보면서, 우리 부부도 워낙에 꽃을 좋아하는 터라 이것저것 처음 보는 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덥석 화분 째로 꽃을 나눠 주시기도 한다. 너무너무 꽃을 사랑하는 아내의 마음을 이미 꿰뚫어 보시고는 '아무나 주지 않는다' 면서 여느 때처럼 얇은 미소를 보내신다.

  이러니 우리 부부는 당연히 'CAFE BAUHAUS ' 여사장님과 자연히 정이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그 어떤 카페보다 더 '바우하우스 카페'를 자주 찾게 되었다.

 

 

'기린카페'라 부르다

 

  원래 카페를 좋아하는 아내와 나는 거의 하루, 이틀 사이로 '우리 바우하우스 카페 가볼까?'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바우하우스 카페로 달려가 이 카페의 문지기 '기린' 앞에 서있다.

 

 

  이 카페 이름은 엄연히 'CAFE BAUHAUS'인데도 , 우리 부부는 커다란 기린 조각상이 마치 카페의 문지기처럼 서있는 모습을 연상해서 이제부터 '기린카페'라 부르기 시작했다.

 

찐 '단골'  & 최고의 'VIP'

 

  누가 뭐라 해도 우리 부부는 '카페 바우하우스' 아니 '기린카페'의 찐 '단골' 손님이 되었다. 아니다, 최고의 'VIP' 손님이 되었다.

  이러니, 우리가 바우하우스 카페에 찾아올 때면 누가 보더라도 친척이 찾아 온 줄로 착각 할 정도가 되었다.

  지금껏 다녀본 수많은 카페가 있지만 이렇게 포근하고 안정감을 주는 카페가 드물었다.

 

카페 가족 

 

  우리 부부는 기분이 다운되었거나, 스트레스가 있을 때는 무조건 '기린카페'를 찾게 된다.

  이제 '기린카페'는 우리 부부에게 있어서, 그 어떤 카페에서도 느껴볼 수 없는 '마음의 쉼터', '치유의 쉼터'가 되어버렸다.

  그러다보니 어떤 때는 카페  여사장님과 같이 퇴근 할 때도 간혹 있게 되었다. 이러니, 우리 부부는 '기린카페'의 단골을 넘어선 그 이상의 가족처럼 되어버렸다.

 

 

추억 향기

 

  오늘도 아내와 함께 우리들만의 '추억향기' 가득한 '기린카페'를 찾아, 즐겨하는 스케치(sketch)작업을 하고 있다.

  나는 순간~ 'CAFE BAUHAUS의 문지기'라 불리우는 '기린'이 그림 속에서 '우리들만의 추억 이야기'를 말해 주고파 동그란 눈동자를 굴리며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것만 같은 환상을 느껴본다.

 

 

  약간의 흥분을 감추고자 스케치(sketch)작업을 잠시 멈추고, 우리들만의 지정석, 소파 깊숙이 몸을 파묻고 앉아 커피를 길게 들여 마셔본다.

  그리고 이내 '추억 향기' 가득한 '기린카페'의 잔상에 두 눈을 지그시 감아본다.

  처음, 아내와 내가 힐링의 안식처 '우리들만의 쉼터'로 생각하고 찾았던 'CAFE BAUHAUS'를 이젠, 익숙하고 편안한 발걸음으로 자주 찾아오게 되는 '기린카페'라 부르게 되어서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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