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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로팟, 기우는 기우일 뿐
이야기하는늑대23. 08. 19 · 읽음 349

2023년 8월 11일

 

별님, 안녕 ^^

 

그로로팟이라는 걸 시작할 때

이런 시기적인 부분까지는 고려하지 못했어.

그도 그럴 것이

그로로팟은 6월에 시작했는데

휴가는 8월 초에 예정돼 있었으니...

 

당장 내일 일도 

모르고 나대는 부족한 인간이

스스로가 잡아 놓은 일정이라 할지라도

6월에 8월의 일정이 

당장 생각이 나진 않았어.

 

그 휴가 일정이 드디어 다가왔네.

그런데 이걸 어쩌지.

장기간 해외로 나가는 휴가는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고등학교 수학여행 이후로 

근 27년 여 만에 제주도를 가기로 한 거야.

월화수목금, 4박 5일로 말이지.

 

그 기간 동안 물을 어떻게 주나 하는

걱정이 가장 먼저 앞서 더라고.

그런데 인간이 그래;;;

식물도 생명이지만 


이게 또 움직이지는 않아.

생명인 걸, 살아 있는 걸 

분명히 알지만 움직이질 않으니

눈에 뭐가 보이질 않으니 

뭐랄까 걱정이라는 게 조금 반감된다고 해야 될까?

 

만약에 움직이는 반려동물이었다면 

그 마음이 조금 더 안타까워 

휴가로 인해 집을 비우는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방법을 찾았을 거야.

 

그런데 움직이지 않는 식물이니...

그로로팟이라는 이벤트를 굳이 신청해서

역시 생명인 식물을 애지중지 키웠음에도 불구하고

뭐 특별한 방법이 없잖아 하는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이미 잡아 놓은 휴가는 가야지 뭐 어떡해

이러고 있는 거지.

 

물을 조금 똑똑하게 주고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나름 혼자 생각한 방법이

널찍한 대야 같은 곳에 물을 적당히 채워

화분채로 반쯤 물에 잠기게 담가 두고 

가는 방법을 생각했어.

알고 보니 이런 방법이 실제로 있더라고.

저면관수라나 뭐라나?

궁하면 통한다고 뭘 배우거나 알고 있지 못해도

방법을 찾아내는 게 또 사람이더라고.

그런데 결과적으론 귀찮아서...

그냥 물만 잔뜩 주고 가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지.

조금 더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최대한 집을 나서기 직전에

물을 주고 가는 거였어.

뭐 그렇게 했지...

 

그런데 웬걸 걱정이 되는 마음과 상반 되게

휴가에 대한 들뜰 마음으로 짐을 다 챙기고

출발하기 직전에 물을 주려 봤더니

기존에 보이지 않던

잎과는 다른 꽃망울이라고 해야 되나?

그런 게 보이더라고.

어! 그간 기다리고 기다렸던 

꽃이 하필이면 휴가를 가려할 때

피려는 조짐을 보인 거지.

아... 참 타이밍이라는 게 공교롭더라고.

그래도 뭐 별 수 있나,

이미 짐은 다 쌌고 물은 잔뜩 줬으니

괜찮겠지? 말라죽지 않고

다녀오면 짜잔 하고 예쁘게 꽃이 피어 있겠지.

이렇게 애써 마음을 다 잡고 기도하며 

출발했지.

 

하지만 사람은 간사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걱정하는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 졌어.

그렇게 휴가지에서 

아무렇지 않게 언제 걱정을 했냐는 듯이

휴가를 즐겼지.

 

물론 생각을 안 한 건 아냐.

하지만 뭐 어쩌겠어.

이미 집을 떠나 제주도에 와 있는 걸.

그냥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정말 다행인 건 집에 돌아왔더니

기우는 그야말로 괜한 걱정이었어.

파릇 푸릇한 생기가 감도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제 왔어하는 모습으로 

반겨주는 별님이 들을 보니

다행이다 싶었지.

조금 아쉬웠던 건 분명히

떠나기 전 단순한 잎이 아닌 꽃망울 같은 게 보였는데

꽃은 피지 않았다는 거야.

이거 봐, 사람은 간사하다니까.

걱정이 되네 어쩌네 하다

휴가지에서 홀랑 잊어버리고 신나게 놀고

돌아와서는 

꽃이 안 피었다고 아쉬워하잖아...

 

이 인간의 마음을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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