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시작하면서)
이야기하는늑대23. 09. 03 · 읽음 125

‘엉망진창’

딱 지금 내 상황이다. 되는 게 하나도 없다. 신기하게 나이가 들어갈수록 되는 게 더 없는 거 같다. 올해 우리 나이로 44살이다. 만으로는 생일이 지나기 전이니 42살이다. 불혹을 넘었으니 미혹도 없고 이뤄내는 것도 조금 생기고 자리도 잡고 그래야 될 것 같은데 영 그러질 못하고 있다. 답답하다. 하늘의 뜻을 안다는 50대가 되면 과연 조금 나아질라나 하는 의구심이 벌써부터 든다.

 

 

 

 실수, 실패, 헛짓거리, 삽질 등등 하루에도 몇 번씩 잘못된 판단과 선택으로 몸이 고생을 한다. 문득, 실패와 실수투성이인 하루하루가 모여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실수를 했을까? 순간 머리에 스쳐 가는 실수들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최근에 가장 궁금한 것이 내가 누구인가?라는 점이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과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내가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도 나를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통 성공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성공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쓰긴 조금 그래도 일단은 긍정적인 상황과 결과만 주로 이야기한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은 성취 심리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무언 갈 이뤄냈을 때 느끼는 만족감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만족감을 다시 느끼기 위해 또 다른 성취 그러니까 성공 경험을 반복하려 애를 쓴다는 이야기다. 앞의 성취를 다음의 성공 경험의 원동력으로 삼으려는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소위 성공한 사람들이나 보통의 사람들 모두가 성공한 경험을 공유하고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배우려 한다. 나도 그래 왔다. 그런데 돌아보면 성공경험보다는 실수 혹은 실패한 경험이 더 많다. 그래서 지금의 내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지금 내 삶이 실패로 점철된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릴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 나름 만족하며 산다면 살아갈 수 있는, 어떻게 저떻게 살아온 삶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부드럽게 굴러왔다기보다는 우당탕탕 굴러온 삶 정도로 보인다. 부서지면서, 깨지면서 굴러왔다고 하면 나름 정확할 것 같다.

 

 

 

 문제는 앞으로도 그렇게 굴러갈 것 같은 거의 확실한 예감이 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실패 경험을 되짚어 보면서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앞으로 삶에서 실수를 줄이자 뭐 이런 의도는 또 아니다. 필요한 과정이고 또 그래야만 분명히 실수를 줄여 보다 성공에 가까운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냥 그렇게 실수를 한 삶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살아오면서 하나하나 세어 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분명히 실수 혹은 실패한 경험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럽진 않지만, 그래서 이런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살아가고 있다. 다시 말해 이런 삶의 반 이상의 지분은 실수와 실패들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부분들을 언제나 항상 개선할 점으로만 바라본다는 건 아직 오지도 않은 앞으로의 내 삶을 위해 지나간 내 삶을 일정 부분 부정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이상한 생각이 자꾸 든다. 그래서 그냥 바라보고 싶을 뿐이다.

 

 

 

 애써 긍정적으로 해석하자면 그렇게 우당탕탕, 엉망진창 살아왔음에도 삶은 굴러간다는 것이다. 그러니 실수나 실패를 내가 타고 가는 삶이라는 자동차의 뒷바퀴 정도로 생각해보고 싶은 것이다. 인터넷인가 어딘가에서 지나치다 본 글귀가 있다. ‘깨진 것도 다 내 조각이다.’ 무수히 깨져 나간 조각들을 그러모아 지금의 나를 만들어 왔다. 깨진 조각들이 날카로워 그러모으는데 피도 나고 어려움이 있었던 적도 많지만 어쨌든 결국엔 붙여 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런 조각들은 너무 날카로우니 가급적 보이지 않는 안 쪽에 붙여왔다면 이제는 밖에 붙여 보자는 것이다. 그래야 앞으로 굴러가면서 그 날카로운 조각들이 조금이나마 무뎌질 테니 말이다.

 

 

 

 지금보다 어렸을 때 엄마가 많이 해 준 소리가 있다. ‘비싼 밥 먹고, 헛소리하지 마!’ 들었을 당시에는 귓등으로도 안 들었다. 그냥 웃긴 소리 정도로만 인식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농담처럼 써먹은 적은 있다. 돌아보니 참 헛소리도 많이 했고 헛짓거리도 많이 한 삶이다. 그때보다는 나이가 조금 찼지만 앞으로도 헛소리와 헛짓거리를 많이 할 것 같은데 이왕 하는 거 내 삶의 반 이상을 차지할 실수들과 실패들 일 텐데 제대로 해보자 하는 그런 마음으로 살아온 삶 속의 무수히 많은 실수들을 돌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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