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잘못된 이미지를 여러 개를 가지고 있다. 왜 그렇게 보는지 모르겠는데........
1. 잘 뛰게 생겼단다..
-> 반이 아니라 전교에서 손꼽히는 꼴찌의 실력. 대학 때는 과별 대항 선수를 뽑는데, 못 뛴다고 해도 그렇게 안믿더니 결국 우리과가 꼴찌했다... 그러니까...왜 다들 사람 말을 안믿는거야....
2. 춤을 잘 추게 생겼단다....
-> 학교 다닐 때 합동체육시간이 있었다. 전교생이 다같이 하는 체육시간인데, 당연히 율동이 만만했다. 문제는 앞에서 선생님이 율동을 알려주시면, 세명의 학생이 보조로 함께 했다.
불안하지 않는가? 그렇다! 전교대표로 내가 차출되어 조례대에 올라가 율동을 했다. 물론 이때도 몸치, 박치라고 안된다고 얘기했다. 이상하게 다들 내가 부끄러워서 빼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한가지 더! 치명적으로 나는 춤에 관한한 기억력이 없다. 도저히 다음 동작이 외워지지 않는다.
전교생이 보는 가운데 조례대 위에서 개망신을 당했다.
3. 집중력이 좋게 생겼다.
-> 주의산만은 내가 평생 달고 다니는 사자성어(?)다. 끈기와 지구력은 내가 끝내 갖추지 못한 미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졸업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나는 운동을 시도했었다.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한번은 발레를 배운 적이 있었다. 압구정에 국립발레단 출신의 선생님들이 알려주시는 곳을 다녔다.
"자자, 발레는 자기가 백조, 공주라고 생각하고 해야 합니다. 남 신경쓰지 말고 가장 우아하게, 가장 예쁜 척하면서 손을 뻗고 구부려 봅니다."
"거기, 거기! 형님 발레 안됩니다! 거기 거기! 무수리 발레 안되요!!"
안타깝게도 형님도, 나고. 무수리도 나다.
나야, 나! 전생에 무수리였던 형님은 이만 퇴장하겠습니다.
우아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나는 발레를 그만 뒀다.
이후에도 여러 운동에 도전했으나 늘 그런 식이었다. 호기롭게 3개월 수강료 끊고 1주일만에 흥미잃기.
그러다 점핑을 하게 됐다.
처음부터 꼭 그걸 하겠다는 건 아니었는데, 이사간 동네에 정도 붙일 겸 운동 한가지는 하자 싶어서 관련된 곳을 순차적으로 상담하는 중이었다.
사람도 별로 없고, 건식 반신욕도 할 수 있고, 트램펄린 위를 뛰면 된다는 게 뭔가 마음에 들었다.
다니다보니 코치님만 없으면 회원들이 뒷담화를 하는거다.
(수근수근) "아니, 코치인은 이거 못하시나봐. 우리 남편이 무슨 운동클럽이 샤워장도 없고, 롤스크린 보면서 운동하냐고. 자세 잡아주는 사람도 없이!" (쑥덕쑥덕)
다 맞는 얘기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면 때문에 나는 점핑에 완전 빠져버렸다.
운동을 할때 자세 하나하나를 지적하면 나중에 그게 귀찮고 신경 쓰여서 안하게 되는데, 불꺼놓고 쿵쾅쿵쾅 음악소리 크고, 미러볼을 번쩍번쩍 켜놓고 트램펄린 위에 올라가니 그냥 신이 난다.
박자로 동작이고 하나도 한맞아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나는 첫사랑과 결혼하느라 그 흔한 나이트, 클럽을 한번도 못갔다. 이렇게 깜깜하게 불꺼놓고 미러볼을 돌리니 너무 신나는거다. (아니, 이런거였어????? 어쩔~ㅋㅋㅋㅋㅋ)
펄쩍펄쩍, 신나면 더 높이 높이! 올라올라!
그러다 문득, 현타가 왔다.. 아.....미친년이 널뛰는게 딱 이 모양새겠구나...그러거나 말거나 ㅋㅋㅋ 원래 남 신경쓰고 사는 성격도 아니고, 동작 신경 안쓰고 춤추니까 너무 신나고 좋은데??
같이 운동하는 동생들이 옆에서 같이 뛰는 언니랑 비교해서 말했다.
"00언니는 동작은 딱딱 맞는데, 힘들어 보이고. 언니는 진짜 하나도 안맞는데 마음대로 신나게 하네 ㅋㅋㅋ"
그렇게 나는 그냥 재밌어서 점핑을 1년도 다니고, 2년도 다녔다. 하루도 안빼고.. 어떤 날을 2타임도 가고. 걷기도 그 무렵 시작했다. 트램펄린에서 내려와서 뭔가 아쉬움에 집에 가기는 싫고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집에서도 아침에 플랭크를 하시 시작했다. 뒤늦게 운동의 재미를 알게 된 셈이다.
체지방은 24%, 23%, 22%, 21%까지 떨어졌다.
운동은 가지 않는 날은 드물었지만 이따금 쉬는 날이면 같이 운동하는 언니동생들이 전화가 왔다. 집 밑에서 기다리고 있기도 했다. 당장 나오라고.
남편은 말했다.
"여자 김종국이랑 사는거 같네. 운동골초야. 같은 골초들이 바글바글. 같이 하자고 난리네."
운동중독이었던 날이 그립다. 뭐라도 한때 미쳤던 때는 너무 즐거웠다. 당분간은 여러 이유로 운동을 할 수 없으니.
미친년 널뛰듯 다시 트램펄린 위에 오르면 흥이 날까? 다시 체지방은 21%로 떨어질까? 다시 그렇게 뭔가에 미칠수 있을까? 운동하자고, 꼬시는 동생들과 매일매일 스포츠음료 먹으며 샤워하듯 땀을 흘리고 싶다.
요상한엘리
이름은 천유. 글을 읽고 글을 쓰고 글을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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