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호주 멜버른과 시드니를 여행하는 동안 느낀 바로는 한국과 호주의 식물 문화는 많이 달랐다. 일단 기후와 환경이 다르다 보니 당연한 소리다. 거리에 식물과 나무가 빽빽하다 보니 굳이 실내에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길에 식물을 파는 키오스크가 간혹 있었지만 미니어쳐 식물을 파는 상점이나 꽃집 정도였다. 유명한 퀸 빅토리아 마켓에 식물 가게가 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광물이 있었지만 퀄리티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고 간판도 걸려 있지 않은 평범한 곳이었다.
멜버른 시내 길거리의 식물 키오스크
퀸 빅토리아 마켓의 팝업 스토어 같았던 식물집
여행 막바지에 시드니에 살고 있는 지인을 만나 Bunnings(대형 웨어하우스)에 들러 가드닝용품 구경을 했다. 역시나 정원 식물이나 야외에 식재가 가능한 묘목들 위주로 판매되고 있었다. 씨앗도 정말 다양해서 사고 싶었지만 괜히 잘못 사서 가지고 들어갔다가 공항에서 곤란해질까 봐 구경만 실컷 했다.
나도 정원이 있으면 이런 꽃들이 눈에 들어올 것 같기도 하다. 베란다에서는 제대로 키우기가 어려워 이제는 관심조차 잘 안 간다. 하지만 양귀비 넘 예뻤다.
내가 요즘 굉장히 즐겨 만드는 목부작을 봐서 반가웠다. 사실 박쥐난 원산지가 호주다. 하지만 생각보다 박쥐난을 자주 보지는 못했다. 좀 더 야생으로 들어가면 볼 수 있었을까. 역시나 가격대가 있다. 우리 나라는 식물이 참 저렴하다.
이런 상황을 그림의 떡이라고 해야겠지.
실내에도 실외에도 식물을 키울 수 있는 호주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 비록 식당에서 파는 음식은 전반적으로 최악이었지만(한국 음식 최고) 자연으로 보상 받을 수 있으니 음식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을 수도 있겠다. 마트에 파는 고기와 맥주와 와인이 정말 맛있으니 뭐 충분하겠구나. 부러워라.
마트 안에는 별별 흙과 영양제와 해충제가 다 있었고, 가드닝 작업복과 신발도 다양했다. 용품만 봐도 식물 덕질하기 딱 좋은 곳이었다. 현지인 지인 말로는 이미 문만 열고 나가면 식물 천지라 집안에서는 잘 안 키우게 된다고 했지만 난 집에서도 키울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한쪽에는 작은 테라리움과 유묘도 판매되고 있었다. 미니어쳐 식물이 왜 있는지 이해가 갔다. 늘 웅장하고 거대한 자연을 보는 데 익숙해서 오히려 작고 귀여운 식물에게 매력을 느낄 것 같다.
한국 사람에 비하면 꽤나 똥손이 만든 듯한 테라리움이어서 속으로는 코웃음을 쳤지만 한국에 비해 가격대가 있는 점은 식물로 밥 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부러웠다. 관엽식물도 한국보다는 가격대가 있었지만 엄청나게 비싸진 않았다. 다육식물은 한국의 4~5배까지 차이가 나서인지 한국에서 매일 보는 다육이와 선인장인데도 더 고급스러워 보였다.
다른 나라에는 어떤 식물이 있는지 궁금해서 1~2년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 나가보는 중이다. 실내 식물을 세련되게 잘 만지고 다루는 사람들은 한국 사람일 거라고 자부한다. 그래도 굳이 나가서 보면 시야가 넓어지고 내가 식물과 자연에 접근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을 느낀다. 이번 여행에서는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껴서 운동을 시작했다. 평일에는 매일 집 앞에 있는 공원 트랙을 걷고 주말에는 등산을 시작했다. 할머니가 돼서도 식물을 보러 해외에 나가고 싶어서다.
정글라
<어쭈구리 식물 좀 하네> 저자. 식물로 재밌는 컨텐츠를 만들며 살아가려고 노력중입니다 junglakor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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