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하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몇 년간 옷을 사지 않았다. 원래 쇼핑을 그다지 즐겨하지 않거니와 최근에는 환경을 생각해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고 싶어서, 돈을 아끼고 싶어서 쇼핑을 자제하고 있다. (이러한 신념을 밝히기에는 부끄럽다. 왜냐하면 나는 환경 보호에 적극적인 편도 아니고, 미니멀리즘과는 다소 거리가 먼 환경에서 살고 있으며, 발품 팔아 싼 걸 찾아다니는 편도 아니기 때문에.)
마침 휴직 중이라 동네만 왔다 갔다 하면 되니 옷 몇 벌로 버티고 살아도 큰 지장은 없다. 물론 동네에서 누군가가 "저 엄마는 맨날 같은 옷만 입어."라며 수군댈지도 모르겠으나, 그런 얘기가 내 귀에까지 들려오지 않고 타인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으므로 괜찮다.
그런데 노쇼핑 생활에 위기가 찾아왔다. 바로 줌바 댄스 때문이다. 나는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줌바 댄스 수업을 듣는다. 주민 카페에서 찾아본 바로는 복장은 요가복이나 트레이닝복이면 된다고 하였다. 나는 그동안 운동을 시작한답시고 운동복부터 운동화까지 사야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있는 운동복 입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리하여 나는 언제 산지도 모를 펑퍼짐한 티셔츠와 늘어진 요가 바지를 입고 줌바 댄스장, 아니 수강 교실로 입장한 것이다.
그렇게 두 번의 수업을 들었다. 하아. 그런데 왜 이리 주눅 들지? 거울 속 내 모습을 못 보겠는 건 내 동작이 부끄러워서인가, 복장이 후줄근해서인가. 아무도 나에게 관심 갖지 않건만 나는 점점 더 쭈그러져 갔다. 두 번의 수업을 들으며 결론 내렸다. 나는 이곳에서 못하기로는 단연 독보적인데, 복장까지 튀어서야 되겠는가! 복장이라도 남들 입는 거 평범하게 입어야 하지 않을까?
여기서 잠시 요즘 줌바 댄스복의 트렌드를 설명하자면 (우리 동네 기준) 하의는 대부분 딱 달라붙는 레깅스고 상의는 민소매 티셔츠 혹은 몸에 잘 맞는 반소매 티셔츠다. 막 잡아먹을 것 같은 호피 무늬나 눈 돌아갈 것 같이 현란한 무늬의 옷은 없고 주로 단색의 옷인데, 좀 잘하는 사람들은 형광색이나 진한 색상을 입기도 한다. 그리고 중요 포인트! 줌바 강사님을 비롯한 일부 수강생은 힙을 가려주는 랩스커트를 허리에 두른다. 동작을 할 때마다 랩스커트가 흔들려 춤선이 예뻐 보이는 효과가 있다.
그리하여 내가 보기에 필수템인 랩스커트를 먼저 주문했다. 레깅스와 몸에 핏 되는 티셔츠도 주문했다. 실내에서 신는 운동화는 수업 신청과 동시에 구매했으니 결국엔 옷부터 신발까지 다 사게 된 것이다. 그동안 러닝이나 테니스나 골프 시작한다고 쇼핑부터 하는 사람들 보면서 '얼마나 오래 하겠다고 저렇게 다 사는가!'라며 혀를 쯧쯧 찼던 내가 풀착장으로 구매하다니. 묘하게 자존심이 상했지만, 이 옷이 나를 살려 주리라 하며 줌바 수강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옷은 나를 살려주지 못했다.
여유롭게살자
여유와 행복을 찾으려는 워킹맘입니다. 때로는 따뜻하고 때로는 삐딱한, 일상 밀착형 글을 씁니다.
댓글 6
첫 번째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