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DIY 돌길 만들기
다정한수도꼭지23. 10. 06 · 읽음 289

 

  한 달 전쯤 평택에서 트럭 타고 온 현무암 판석들이 마당 한쪽에 가지런히 쌓여있다. 오랜만에 단양에 와보니 판석 중 일부가 마당에서 새 자리를 찾고 있다. 의심 많은 남편은 저건 아무래도 화강암일 거라고 딴지를 건다. 표면이 너무 매끄럽고 균일하다며 시멘트나 콘크리트를 섞어 만든 게 아니냐고 의심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판석이 놓인 잔디밭 길이라니 생각만 해도 운치가 있다.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이따금 깔려있는 정원 느낌의 큰 돌길이 생각난다. 와아 분위기 좋네, 하고 무심코 그 위로 지나가기만 했지. 그 길이 깔리기까지의 과정을 이렇게 가까이서 지켜보거나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뭐든지 자로 재고 각을 맞추고 반듯하게 확실하게! 하기를 좋아하는 아빠는 마당에 판석 길을 만들 때도 선긋기부터 시작했다. 정해진 구간 안에 저렇게 돌을 취향껏 모양내서 내려놓은 다음, 그 사이에 잔디를 심는 거다.

 

 
  무거운 판석을 하나하나 들어서 옮겼을 아빠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아침저녁으로는 날씨가 선선했던 9월 중순~말엽의 작업이었지만, 아빠는 구슬땀을 흘렸을 것이다. 엄마 아빠가 두 손녀딸 돌봐주러 충북과 경기도를 오가느라 판석이 깔리는 속도가 더디다. 
  가까이서 보니 현무암 맞는 것 같다. 화산송이처럼 곰보처럼 검은 점이 콕콕 나 있다. 이것 봐 여보. 현무암 맞는 거 같아. 남편도 고개를 주억거린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생각난다. 우리 가족 아름다운 좁은 길로 나아가는 중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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