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글을 마무리하며 반데라들 근황은 막내가 형님들만큼 크면 쓰겠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막내의 성장이 더뎠다. 아니다. 내가 글을 쓰고 싶어서 더디다고 느꼈을것이다. 막내는 이미 두번째 세번째 본잎을 내밀며 쑥쑥 크고 있다. 양 옆에 있는 형님들이 너무 쑥쑥커서 상대적으로 작게 보일뿐. 게다가 그 형님들중에 슬릿분에서 크는 형님은 이제 키가 슬릿분만큼 커서 곧 분갈이를 해야할정도라서 더더더더 비교가 된다. 우리 불쌍한 막내.
우리 막내를 너무 초라하게 만드는 슬릿분 형님은 벌써 이만큼이나 컸다.
앗! 제목을 쓸 때 "슬릿분만큼"이라고 썼는데 사진을 다시 보니 "슬릿분 보다"더 컸구나..언제 이렇게 큰거니. 사실 저번주 연휴에 2박 3일 여행을 다녀왔는데 여행기간 내내 물을 못줘서 반데라들이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나의 걱정과는 달리 돌아오자마자 확인을 해보니 그동안 매일매일 꾸준히 물을 줘서 그런지 이틀하고도 반나절을 물을 안준 상태인데도 흙이 촉촉했고, 부쩍 엄청 커 있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매일매일 조금이라도 물을 줘야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라벤다들은 한 이틀, 혹은 삼일에 한번씩 물을 줘도 되겠구나. 그리고 오늘이 또 이틀이 지난 후였는데, 여전히 겉흙이 너무 촉촉했다. 음..이정도면 그동안 과습이었다는 얘기인데, 워째..잘 자라네? 아마 해가 잘들어서겠지. 우리집 베란다는 정말 햇볕 맛집이다. 물론 직사광선(?)은 아니고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투사광이지만, 그럼에도 베란다 전체가 거의 햇볕이 들기 때문에 화분을 어디다가 놓아도 광합성에는 문제가 없다. ㅎㅎ
여튼 중요한건 그게 아니고, 저녀석이 너무 커서 이제 분갈이를 해야하는데 식집사가 지금 귀찮아서 계속 하루하루 미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몇주전에 열무를 수확해서 화분과 흙도 충분히 있는데, 왜이렇게 몸이 안움직일까. 요새 직업적으로 일이 시즌이라 더더더더더더더더 심신이 지쳐 엄두가 안난다.
상토에 직접 씨를 뿌려 발아에 성공했던 반데라들. 사이좋게 아주 쑥쑥 크고 있다. 그리고 요새 계속 내가 씨앗을 10개 다 파종하지 않고 9개만 파종했다는 확신이 든다. 그래서 하나 남은 씨앗을 어디다가 보관했었는데 도토리 숨겨놓고 못찾는 다람쥐처럼 까먹었다. 그래 이게 진실이다. 씨앗하나는 어디로 갔을까. 아마 이사갈때쯤 어디선가 나오겠지. 아니면 산화되려나. (별생각을 다한다.)
아, 그리고 어떤분이 댓글로 지금쯤 라벤다를 한번 쓸어보면 라벤다 향이 날것같다고 해서 한번 쓸어봤는데 위에있는 슬릿분 반데라는 쓸자마자 향이 확! 났는데 저 상토 라벤다는 향이 나지 않았다. 뭐지? 하고 상토화분 반데라들을 한번씩 다 쓸어봤는데 향이라기 보다는 풀냄새가 짙게 났다. 이로서 슬릿분 반데라가 가장 큰 형님인것이 밝혀졌다.
마지막으로 지피펠렛 화분 반데라들. 네개가 아주 자신의 속도에 맞춰 잘 크고 있다. 엄마처럼 보이는 가장 먼저 발아한 녀석이 역시 가장 크고, 주변에 반데라들은 고만고만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이다. 요 녀석들은 일렬로 서있는게 아니라 가끔 화분을 돌려줘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엄마 반데라 뒤에 있는 라벤다는 해를 못봐서 자꾸자꾸 움츠러들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물을 줄때는 매일매일 돌려줬는데 2-3일에 한번씩 주니 2-3일에 한번씩 돌려줘서 그런가, 유난히 가장 왼쪽에 있는 반데라가 작아보인다. (미안하다..식집사가 요새 너무 바빠서 일말고는 아무 의욕이 없다.)
이와 같이 반데라들은 아주 잘크고 있다. 이제 날이 점점 더 추워질텐데 언제까지 반데라들이 베란다에서 잘 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벌써 식집사가 된지 1년이 넘어가지만, 단 한번도 집 안으로 식물을 들인적이 없어서 더더욱 고민이 된다. 이러다가 진짜 반데라도 바질처럼 얼어서 초록별로 보내는건 아닌지. 그리고 틔운 역시 집안에 설치하긴 했는데 저 안에 식물을 키운다는건 여전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일에 지친 일상도 한몫 크게 하고 있지만 집안에서 식물을 키워야 한다는 사실자체가..더 개시를 지연시키고 있다.
여하튼 진짜 다음 반데라들 소식은 막내가 내 새끼손가락길이만큼 키 컸을 때 적어보려한다. 아! 쓰다보니 생각났다. 우리 막내 잘크라고 영양제도 줘야겠다. 반데라 발아 36일차 기록 끝!
파초청녀
커피를 사랑하고, 환경지키는것에 관심이 많으며, 책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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