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국우주국(NASA)에서 뽑은, 밀폐된 우주선 안의 공기를 정화시키기 위한 공기정화식물 50가지 중에서 최종 1위를 차지한 아레카 야자. 매력있는 생김새에 키우기도 크게 까다롭지 않아서 인기가 많은 아레카 야자. 식물을 잘 돌보는 남편을 믿고 아레카 야자를 집에 들여 함께 산 지 어언 2년이 다 되어간다.
지난 여름에 있었던 일이다. 우리 집에 있는 중대형 아레카 야자 화분을 보고 예쁘다고 엄마가 단양에서도 하나 키우고싶다고 그랬다. 노는 화분이 하나 있으니 화분까지 세트로 살 필요는 없고 식물만 사면 될 것 같다고 하시기에, 온라인 모종 시장으로 유명한 갑O네 사이트에서 '아레카야자(중품)'을 주문했다. 고운 화분에 분갈이 되어 세트로 파는 건 5~7만원인데, 식물만 사니 1.5만 원 정도였다.
아무쪼록 얼마 뒤 단양으로 모종이 도착했다. 화분에 모종 심기를 마친 엄마는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솔아. 야자가 오긴 왔는데, 좀 이상해. 너네집 거는 이파리가 여러 갈래잖아. 근데 여기 온 거는 이파리가 죄다 두 갈래로만 되어 있어."
오잉? 그럴리가요.
엄마가 보내온 사진을 보니 정말 이파리가 두 갈래 뿐이다. 달에 사는 토끼들 같기도 하고, 랩터의 발톱 같기도 하다. 홈페이지에 등록된 사진을 다시 보니 사진 3개가 있는데 1,2번 사진은 이파리가 여러 갈래고 3번 사진은 확대 사진으로 이파리가 두 갈래 뿐이었다. 갑O네가 허위 판매를 한 건 아니었다.
우리집에 있는 거랑 품종이 다른건가? 대체 잎이 왜 두 갈래 뿐인거지? 여러 갈래로 유려하게 나뉜 아레카 야자의 생김새에 길든 눈으로 보기에 토끼 귀처럼 생긴 두 갈래 야자 잎은 엉뚱하고 어색했다.
엄마와 나는 두 갈래 잎 아레카 야자를 당근마켓에다 팔아 보기로 결의했다. 톡톡톡톡 자판 몇 번 두들기니 단숨에 많은사람들에게 판매 소식이 간다. 화분 포함 1.5만 원 저렴한 가격에 글을 올리고 아레카 야자 이야긴 당분간 잊고 지냈다.
어느 날 당근 이웃님께서 야자를 사러 오시겠다기에 엄마한테도 소식을 알렸다. 당근에서 산다는 사람이 있으니 단양서오실 때 화분 가져오셔야겠다고 말이다.
"어, 솔아 미안해. 여기서 데리고 키우다 보니까 두 갈래라도 정이 들었네. 팔지 않고 그냥 키워볼게.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다."
이웃님께 죄송하단 말을 덧붙여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게시글을 숨김 처리했다.
그리고 아레카 야자 소식은 또 잊고 지내던 어느 날. 엄마가 뜻밖의 소식을 알려왔다.
"솔아. 아레카 야자가 잎이 갈라졌어! 여러 갈래로 갈라졌어."
"헐 진짜요?"
추석에 직접 가서 보니 진짜 그렇다. 아래에서 새로 나는 잎은 여전히 두 갈래인데 쭉쭉 자라 위로 올라온 가지들은 잎이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다.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거지? 풍성한 아레카 야자도 처음엔 두 갈래 잎에서 시작한다는 걸. 한 계절 바뀌는 시간 동안물 주고 햇빛 주고 약간의 관심을 기울여 주면 이내 여러 갈래의 소담스런 잎들을 틔워낸다는 걸. 기대했던 생김새와 다르다고 조금도 기다려주지 않고 당근으로 다른 집에 보내버렸다면 후회했을 거다.
나 자신도 두 갈래 아레카 야자처럼 볼품없이(?) 느껴질 때가 있다. 당장의 모습이 풍성한 잎을 가진 생김새가 아니라서. 그래도 여유를 갖고 날 아껴줘야 겠다. 가을 들어 마침내 두 갈래 잎이 갈라지지 않고 계속 두 갈래로만 있었더라도, 엄마는 그 아레카 야자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키웠을 거다. 아레카 야자는 어쩌면 엄마의 무조건적인 수용과 사랑을먹고 풍성한 잎사귀를 내보일 힘과 용기를 얻었는지도 모른다.
다정한수도꼭지
예수님 보혈로 천국에 갑니다.
댓글 8
첫 번째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