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너무나 많은 여름이 by 김연수
요상한엘리23. 10. 16 · 읽음 278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혼란스럽겠죠. 지금 당신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p.221

 

ㅋㅋㅋㅋㅋㅋ 이런 마음을 느끼는 사람, 나야? 나뿐이야? ㅋㅋㅋ

 

읽으면서 진짜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는데, 또 당연히 혼란스러울거라는 이 부분을 읽으며 내 기분 같아서 빵 터졌다. (딱..걸렸네 ㅋㅋㅋㅋㅋ)

 

레제가 출간한 김연수 작가의 책 <너무나많은여름이> . 이번에는 아무래도 김연수 읽기에 실패했다.

 

실패는 했지만 완독은 했다. 

 

무식한 소리긴 하지만, 솔직히 나는 이해가 되다가 안되다가.

 

깊게 빠져들다 순간 이게 무슨 소리지? 작가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듯한 느낌이다. 정말 그 흐름을 잘 쫒아가야 한다. 

 

세상 단순한 나는 대개 '무슨 소리지?'싶으면 책장을 바로 덮어버리는데.. 

 

김연수 작가의 책은 이상하게 끝내 이해하고 싶다. 

 

이해할 수 없는 가족을 놓지 못하는 그런 기분으로. 

 

끝내 이해하다 보면 그 끝에는 분명 믿음과 사랑이 있겠지. 이유가 있겠지. 

 

그러면 지금 이 노력이 허사가 아닐거란 기분으로. 

 

개인적으로 김연수 작가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부분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밤은 두번째 밤도, 세번째 밤도 아니고, 수없이 많은 밤 다음의 밤이라는 뜻이군요." p.12

 

"비록 그가 볼 수는 없으나 거기 누군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과, 누군가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누군가 거기 있다는 사실을 믿는다는 것은, 거기 아무도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p.70

 

"이론적으로는 모두의 인생이 하나의 시간을 따라 진행되지만 실제로 우리의 인생은 소스에 버무릴 때마다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뒤엉키는 스파게티면과 같다는거야. p.80

 

너희 인생의 관점에서 보자면 시간이 인과적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일 거야. 어떻게 뒤엉키든 스파게티 면의 차원에서는 한가락이니까. 

 

너희는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가는 일이 소스에 버무린 뒤 만들어진 스파게티 면의 형태에 따라 움직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겠지." p.82

 

"소설가는 몰라도 되는 세계를 인식함으로써 그 세계를 가능하게 합니다. 

 

그러니 글쓰기는 인식이며, 인식은 창조의 본질인 셈입니다. 

 

그러니 창조는 오직 이유 없는 다정함에서만 나옵니다." p.113

 

"관계라는 건 실로 양쪽을 연결한 종이컵 전화기 같은 것이어서, 한쪽이 놓아버리면 다른 쪽이 아무리 실을 당겨도 그전과 같은 팽팽함은 되살아나지 않는다." p.119

 

"어떤 때는 시간이 그대로 멈춰 있는 듯했고, 어떨 때는 한평생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간 것 같기도 했고, 또 어떨 때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과거로, 오로지 과거로만 치달았다." p.126

 

"달은 천년 전의 달과 똑같은데, 사람은 한번 헤어지고 나면 영영 다시 만나지 못하는구나" p.130

 

"꿈은 있으니 밥그릇은 갖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그 꿈만 붙들고 있으면 언젠가 그릇이 채워질텐데 그걸 못 참고 쓰레기만 주워담고 있으니 한심할 수밖에." p.178 

 

"소설가의 재능은 꿈꾸는 것이 전부다. 꿈꾸는 능력은 꿈을 현실로 만든다. 하지만 꿈같은 현실이 내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p.188

 

"세상의 모든 감옥은 위대한 인물의 흔적이 남아있다." p.191

 

"삶은 인간의 바람보다 긴 것이에요." p.203

 

"시간은 상대적으로 흐르니까요. 빠져 있을 때, 당신에게는 지금 이순간뿐이었습니다. 그 다음은 영원입니다. 지금 이순간이 영원이 될 때, 인류에게 더이상 죽음은 없습니다." p.222

 

"천문학적인 발견이란 관측을 통해 어떤 별을 존재하게 만드는 일이다. 말하자면 어떤 별은 우리가 보는 순간부터 반짝이기 시작한다. 우리의 관측이 별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p.238

 

"소로는 삶의 근원적인 것에만 접하기 위해 물질적인 소유를 줄여야 한다고 일기에 썼다. 

 

나의 소유를 줄일수록 자연은 점점 늘어난다. 통나무집이 작아질수록 집밖의 공간은 그만큼 불어나듯이. 

 

무소유란 어떤 의미에서는 자연을 다 가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p.247

 

"받아적은 질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리를 잡는다. 그대로 사라지는 질문도 있지만, 끈질기게 되살아나는 질문도 있다. 

 

되살아나는 질문들은 마중물처럼 어떤 문장들을 끌어온다. 나의 것인지, 타인의 것인지 불분명한 문장들을. 내 안에 있던 이미지와 단어와 소리들을."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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