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잘 자라던 용과 피닉스의 향기에 흠뻑 취하던 날이었다. 자기 전에 한번 더 향기를 맡으려 손으로 잎을 훑었다. 뭔가 이상하다. 낮에만 해도 없었는데, 뭔가 있다. 까만 깨 같은 것들이 붙어있다.
설마 진딧물? 악!!!!!

집안에서 애지중지 길렀건만, 진딧물이 생기고 말았다. 어찌할 바를 몰라 그냥 손으로 잡았다. 급하게 커뮤니티에 글을 썼더니, 샤워기로 날리라 알려주셨다. 다시 한번 상태를 확인했다. 분명 손으로 다 제거한 줄 알았는데, 있었다. 악!!!!! 샤워기로 샤워를 시켰다. 줄기가 꺾일라 조심조심 또 조심. 그렇게 목욕을 시킨 후, 혹시 다른 화분에 옮길지 몰라 베란다에 혼자 격리를 시켰다.
다음날, 추운 베란다에 홀로 있었을 용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진딧물이 없었으면 했다.
악!!! 아직도 있다. 어디서 이렇게 생겨나는 것일까. 어제보다는 적은 듯했으나, 그래도 있다.
에잇.
과습이 올까 봐 샤워는 못 시키겠다. 휴지로 대충 훑어줬다. 없어져라. 없어져라. 제발.
때마침 사뒀던 식물 스프레이를 개시했다. 너무 어려서 쓰기가 좀 찝찝했는데, 진딧물이 보인 이상 밑져야 본전이라 생각하고 한번 뿌려봤다. 효과가 있을까.
개체가 점점 늘어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엄청 작아서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개체들이 몇 개 있는 듯했다. 며칠 격리를 한 후 때마침 비가 내렸다. 빗물에 씻겨 내려가길 바라며 화분을 바깥에 내놨다. 오랜만에 비인지라 집에 있는 화분들에게 목욕의 날로 지정했다. 혹시라도 아프다면 빗방울 머금고 나았으면.
쌀쌀해진 날씨 탓에 혹시라도 추울까 걱정이 돼서 잠깐 동태를 살피려 나갔다.
악!!!!!
진딧물 떼어내려 비를 맞히는데 많이 힘들었니. 라벤더 용과 피닉스는 몸져누웠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더니. 다행히 줄기가 꺾인 것 같지는 않지만, 빗방울이 라벤더에겐 너무 굵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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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살아 숨 쉬는 동안 나의 우주를 소중히 받아들이는 존재로 남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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