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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의 의미
네펜코리아23. 10. 20 · 읽음 101

우리집 앞마당에는 석류나무가 있었는데 엄마는 꽃석류라고 알려주셨다.

 

엄마는 늘 정원을 가꾸셨는데 주로 유실수를 많이 키워서 대문 바로 옆의 굵은 둥치의 대추나무가 우리집 건너 3층 빌라단지의 높이보다 높아져서 동네에서는 대추나무집이라고 불렀었다.

생선이라봐야 갈치, 삼치, 고등어와 민어 먹는게 전부인 내륙태생의 우리집은 아주머니가 생선머리나 내장등을 손질하고나면 엄마는 그걸 모아 어찌어찌 뒷곁에서 비료로 만들어서 유실수마다 뿌려 준 덕분에 우리집 정원의 유실수는 앵두며 대추, 꼬마사과와 포도 등 유난히 굵은 열매를 높은 담장 너머로 늘어뜨려 열어놓아 오가는 이들마다 탐을 내고 모르는 이가 벨을 누르고 한가지 얻어갈 수 있는지를 묻곤 했었다.

집에서 일해주시는 아주머니는 때때로 대추나무를 때려주곤 했는데 당신 어린시절, 염소를 대추나무에 묶어두면 대추가 잘 열린다고 했다며 수시로 때려주었다.

얼마전에야 대추나무를 흔들거나 하는 이유는 병충해 예방을 위한 것임을 알았고, 엄마가 생선부산물로 만든것은 액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의 첫 가드닝은 6학년, 매년 차고문과 대문을 새로 페인트칠 하는 날 시작되었는데 그날 대문이 열려있었기에 트럭에서 모종, 꽃을 파는 상인이 들어와 남은 모종을 사주길 바랐던 때에 내가 전나무 아래에서 메추라기를 풀어 놓고 놀고 있다가 엄마를 졸라 딸기 6주를 심게되면서였다.

꽃나무따위! 내 딸기모종은 귀여운 꽃도 달아주고 예쁘게 커주더니만 제법 단단한 알을 맺어주고 빨갛게 막 절반을 익어갈 무렵 서생원에 모조리 도둑 맞았다.

아뿔싸...

 

그리고는 겨울이 오고, 눈 쌓인 마당을 보며 딸기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봄이 되자 딸기가 뽁뽁 다시 태어났다.

그러더니 런너를 미친듯이 뽑아 제끼며 마당한켠을 장악하기 시작하는데, 키우라는 열매는 안 키우고 제 새끼 번식만 줄기차게 해대며 땅따먹기를 하며 무한 증식했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공부로 바빠진 이유가 아니라 엄마가 서재로 꾸며 준 다락방이나 나무계단코너에 앉아  만화책 삼매경에 빠져드는 바람에 마당 놀이는 시들하게 끝났지만, 오늘 나무에 걸린 석류. 그것도 토종 석류를 보자 반가움이 울컥 치솟는다.

 

딸만 넷, 딸부자집 우리 자매를 남들 비꼬는 소리에는 아랑곳없이 귀하게 키워주셨다.

석류는 다복을 뜻한다고 하는데 엄마는 석류를 즐겨 드셨고 빨간 석류를 보면 석류알을 알알이 뜯어 주시던 엄마, 강원도 찰옥수수 알의 속껍질을 알알이 다 까서 만화책에 눈알이 고정 된 딸래미 입에 숟가락으로 한껏 듬뿍 떠 먹여주시던 엄마 생각이 몰려온다.

새빨간 루비같은 깊은 향과 새콤한 토종 석류.

이란이나 페루산과 달리 국산토종 석류는 입속 깊은 안쪽에 풍성한 아로마틱 향기를 머금게 하는데 이 맛은 토종석류를 먹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맛이다.

 

석류의 계절.

사무치는 슬픔을 억누를수록 그리움으로 감은 눈을 뜨겁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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