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다 저물어가는 가을은 언제나 아쉽습니다.
그래서 매일 주변 산책을 다니며 가을낙엽을 열심히 밟아대고
주말이면 이곳저곳 가을풍경들을 담아오려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번주 주말은 비가 올거라는 말에 집콕하려다가
생각보다 맑은 날씨에 혹해서
공주 마곡사로 휘리릭 떠나보았습니다.
입구부터 유네스코 지정문화유산이라는 글귀와 함께
상당히 잘 꾸며진 곳곳이 돋보입니다.
비록 날씨는 흐릿하지만
개울이 흐르고
주변에는 알록달록한 가을 단풍들이
한아름 풍성함을 뽐냅니다.
지금껏 보아온 사찰들 중에서
가장 오래돼 보이는 느낌입니다.
금방이라도 천정이 무너질것만 같은 실내에는
온갖 철지지대 구조물이 설치되어있습니다.
원래 사찰에 오면 항상 절을 하고 오는 남편에게
오늘은 절 하지 말라고 해버렸습니다.
저는 전통건축물을 참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저 처마부분입니다.
항상 저 처마의 고아한 라인과 색감에 반해서
한참 올려다보다가 이리저리 각도를 달리해서 찍어오곤 합니다.
백범 김구선생이 잠시 불교에 몸을 의탁했을때 머물었던 기념으로 마련해둔 기념관도 있습니다.
나무도 좋아하고 물도 좋아하는 아가가 자꾸 손가락으로 가리켜서
상당히 가까이 다가가서 쏟아내리는 물줄기를 감상했습니다.
충분히 본 후에야 만족하고 고개를 돌려줍니다.
이제 또 다른 풍경으로 걸음을 옮길수 있게 되었습니다.
유모차를 끌고도 산책이 가능한 완만한 길이 있고
걸어서는 충분히 다닐만하고 높은 곳이라 풍경이 더 잘보이는 등산길도 있습니다.
다음에는 직접 제발로 걸어서 가보자고 아가와 일방적인 약속을 하다보니
결국 비가 한두방울씩 내리기 시작합니다.
재빨리 주차장으로 돌아오는길,
이번 가을은 함께여서 참 좋다는 생각에
새삼스레 뿌듯해졌습니다.
사실 이십대때엔 혼자 다니는걸 좋아했거든요.
혼자 영화보기
혼자 전시회가기
혼자 산책하기 등등...
나는 어느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함께한 이가 아 저거 별로였어
이런말을 듣는것이 참 별로였거든요.
역시,
혼자만의 시간도 중요하지만
함께하는 시간도 참 좋은것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느껴지니까요.
URang
취미가 직업이 되어버린 식집사이자 식물공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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