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공방을 운영하면서 원예강사로 활동하다보면
매번 특정 식물의 물주는 횟수에 대한 질문이 빠지지 않고 나오곤 한다.
식물을 키우거나 혹은 안 키우는 이라도
식물을 키우는데 있어서
수분과 빛이 필수적인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일 것이다.
하지만 다육식물에 대표적인 편견을 예로 들어보자면,
"다육이는 물 안줘도 괜찮다"
"다육이는 실내 그늘진곳에서도 잘 자란다"
등등이 있다.
물론,
'비교적' 다른 식물들보다 수분이나 햇빛이 덜 필요할 뿐이지
극단적으로 물을 주지 않거나
빛이 안드는 실내에서 키워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러한 부분이 소심한 나를 종종 욱하게 만든다.
물론 안그러는 분들도 많지만
다육식물류를 키우기 시작한 초보집사분들 중에서는
다육이를 데려가신지 몇달 안돼서
바싹 미이라가 돼버린 처참한 몰골의 아이들을 데려오시며
울상 혹은 죽상을 하고는 A.S를 요청하거나
심할땐 환불을 요구하시는 경우도 종종 있다.
환경적인 요인도 크겠지만
의외로 다육이에게 물을 '전혀' 혹은 '거의' 주지 않아서 몰살된 경우가 적지 않다.
다육이도 의외로 물을 좋아한다고 설명해드리면
너무나도 놀랍고 신기하지만 이해안된다는 표정으로
"다육이는 물 안줘도 잘 사는 애들 아니에요?!" 라고 되물으시는 분들도 생각보다 많다...
그 오동통하고 앙증맞은 모습은 바로
충분한 수분을 머금고 있기에 가능한것이라고 충분히 설명드리고나서야 마지못해 수긍하곤 하신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애정을 너무 많이 쏟아서
과습으로 문제가 생긴 손님들에겐
조금더 신경써서 챙겨드리곤 한다.
사실 나도 과습으로 인한 식물킬러 쪽이라서
과습으로 걱정하시는 분들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이 가는 탓도 있다.
요즘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다보니
햇빛샤워와 싸늘한 바람덕분에
다육이들도 단풍이 곱게 물들고 있다.
하지만 보통 가정집의 식집사 여러분들처럼
예쁜 애들 몇몇이 아니라
수백의 아이들을 박스와 작품, 화분째로 모시고 지내는 다육공방 운영자로서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아이들이 얼어죽지 않도록
해저물때쯤엔 모조리 공방 실내로 낑낑거리고 들여놨다가
다음날 해가 뜨면 출근하자마자 바로
또다시 햇빛 잘드는 공방 마당 진열대와 미니 온실에 차곡차곡 내어두어야 한다.
...박스채로 들고다니면 자그마한 다육이라해도 그 무게가 상당한 편이라
허리와 손목, 무릎 삼박자가 죄다 후들거리는 하루하루가 겨울내내 지속될 것이다.
그래도 어쩌랴.
낮시간동안 햇빛을 받고있는 뽀얀 얼굴들이
얼마나 이쁜데.
그 앙증맞은 얼굴에 홍조까지 띄며 활짝 웃고있는게
또 얼마나 이쁘게요.
나름,
운동이라곤 거의 안하는 나에겐
이 정도 노가다(?)라도 해줘야
그나마 관절들이 겨우내 굳지 않고 잘 버텨주지않을까
나름대로 합리화를 하며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다.
URang
취미가 직업이 되어버린 식집사이자 식물공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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