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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베란다에서 킹스베리 키워보기
URang23. 11. 22 · 읽음 545

 

모름지기,

식집사라면 베란다의 여백이 식물 화분의 그림자들로 가득차도록 키워주는것이 인지상정. 

 

하지만 아직 뽈뽈뽈 기어다니는 어린 아기를 육아중인지라

일단 한시적으로 식물은 최소한으로 유지관리해야할 상황입니다...만,

 

충동적으로 킹스베리 모종 화분 하나를 덜컥 데려와버렸습니다. 

 

킹스베리는 약 30년 전쯤에

미국에서 개발한 신품종 딸기라고 합니다. 

 

보통의 딸기보다 크기는 큰 편이고

단단하고 달콤한 맛이라서

품질도 좋은만큼 인기도 높은 품종이지요. 

 

일단 햇빛을 무지무지무지 좋아하구요

온도와 습도도 적당히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에

 

솔직히 집베란다에서,

그것도 점점 추워지는 이 시기에 키우기엔 좀 애매하긴합니다. 

 

하지만 우리집 베란다도 나름 낮시간 내내

햇빛이 잘 들어오는 편이라

큰맘먹고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키우기' 가 아니라 '키워보기' 입니다. 

 

어디 한번 얼마나 거시기한가(?) 지켜보자는 의미입니다(ㅋㅋ)

 

물론,

맛도 좋고 큼직하고 모양도 예쁜 킹스베리를 맛보려면

역시 사먹는게 최고겠지만요(ㅋㅋ)

 

 

햇빛이 어느정도 들어오는 낮에는

이렇게 베란다 창문 하나를 활짝 열어주고

 

 

슬슬 바람이 싸늘해지고 그늘지기 시작하면

뾱뾱이로 무장한 유리창을 꼭꼭 닫아줍니다. 

 

 

딸기답게 기이일쭉하게 늘어지는 녀석 하나가 영 거슬립니다. 

 

화분을 한바퀴 휘휘 돌아와서 흙 여백에 슬쩍 줄기를 파묻어서 휘묻이를 해주었습니다. 

 

그나저나 예전에도 그랬던가요?

한동안 다육이 쪽에만 신경쓰다가

간만에 딸기를 키우다보니

다른 딸기 집사님들은 저 줄기를 런너 라고 부르더군요. 

 

저는 런너라는 용어를 올해 처음 들어봐서

식집사간의 세대차이(?)를 느껴버렸습니다. 

 

라떼는 그냥 줄기라고 불렀는데 말입니다. 

 

 

어디에 휘묻이가 되었는지 언뜻봐서는 알기 힘들정도로 잘 묻어둔것 같습니다(뿌듯)

 

휘묻이를 해주면 딸기 성장에 더 좋다죠. 


꺾꽂이도 있긴한데 저는 딸기 꽃 솎아주기도 아까워하는 짠순이니까 무조건 휘묻이파 입니다. 

 

최근 1년간,

엄마라는 고목나무에 바싹 붙어서 앰앰(아직 엄마를 못하고 앰이라고 외치곤 합니다)거리는 매미같은 아기를 24시간 돌보다보니

 

식물에게 물주기가 취미이던 내가 물주기를 깜빡해서

올 여름부터 가을동안 무지개 다리를 건너보낸 초록이들이 한아름이기에

 

좀 춥겠지만 저면관수식으로 화분받침에 물을 살짝 채워두었습니다. 

 

 

그러면 안되는 거였습니다. 

 

진한 녹색을 자랑하던 이파리 끝부분이 

과습으로 인해 갈변현상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차라리 고온건조한 여름철이었다면 크게 문제되진 않았겠지만

 

서늘한 요즘 날씨에 냉탕에 온종일 담가두니

당연히 골골거리기 시작한겁니다. 

 

분갈이는 아직 이르고,

일단 당분간은 좀 굶기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틀만에 이파리 색이 다시 초록초록하게 돌아와주었습니다. 

 

요 며칠 낮동안 그닥 안춥고 미지근한 날씨인 덕분인것 같습니다. 

 

 

낮동안만이지만 열심히 햇빛 보여주고

화분받침의 물이 어느정도 줄어들자

슬슬 딸기 하나가 분홍분홍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킹스베리의 분홍분홍 변천사를 매일매일 찍어보았습니다. 

 

제법 딸기딸기한 색감이 물씬 납니다. 

 

크기는 그냥 평범한 딸기 크기인것이 새삼 아쉬워서

아깝지만 딸기 봉오리들 몇개를 우두둑 따주었습니다. 

 

 

하루하루,

 

베란다에서 서식중인 킹스베리는 붉게 물들어갑니다. 

 

매일 아침마다 아기를 한팔에 안아들고 베란다로 나와서

드르륵 하고 베란다 창문을 열어 햇살을 들여오며 혼잣말같은 대화를 하곤 합니다. 

 

첫번째로 익는 딸기는 우리 아가꺼라고. 

 

아직 과일이라곤 바나나와 사과, 배 밖에 모르는 너를 위해서

딸기들은 열심히 크고 있다고. 

 

입짧고 식탐없어서 먹는것에 크게 관심없는

아가 너도 열심히 이것저것 잘 먹고 쑥쑥 커서 

엄마 대신 초록이들한테 물주는 역할을 맡아달라고. 

 

아직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아가에게 크나큰 책임감을 부여해주었습니다. 

 

딸기는 적당히 서늘한 온도와 따듯한 기운을 번갈아 주면 당도가 더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기에

킹스베리같은 과실모종을 키우기가 그닥 나쁘진 않은듯 합니다. 

 

포근한 이불과 전기장판이 생각날 정도로 싸늘한 새벽녘에는

뾱뾱이로 중무장한 베란다 창문을 꼭꼭 닫아서 찬기를 막아주고

 

낮시간 내내 햇빛이 내리쬐어주는 베란다 명당을 차지한 킹스베리를 보며

 

흐뭇함과 함께 커피 한잔 홀짝이며 

저도 아가도 아침 광합성 중입니다. 

 

여러분들도 실내에만 계시느라 답답하실때면

잠시 시간내셔서 햇빛 내리쬐는 창밖을 내다보시면서

 

적당히 밝고 눈에 부담 덜가는 형광등 아래 있는 것도 나쁘지 않구나를 새삼 깨달아보시는것도 좋을듯 합니다(농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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