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붉은 이파리의 식물이 있다. 포인세티아. 추위를 많이 타는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그 화려함을 대체할 만한 식물이 없다 보니 카페며 식물원이며 붉은 잎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나는 까탈스러운 식물은 거리 두기를 하는 편이라 집에 잘 들이지 않는데 그중 하나가 세인포티아다.
매주 서울 식물원에 방문 중인데 갈 때마다 연출이 달라져 있어 깜짝 놀라고 있다. 직원 분들의 수고 덕에 식물원 관리가 잘되고 있는 것 같다. 지난번에 식물원 가이드를 해주셨던 분도 식물을 좋아하는 분이라는 게 느껴질 정도로 즐겁게 설명해 주셔서 기억에 남는다.
'세인포티아가 뭐 거기서 거기지 뭐'라는 생각을 하는 편이었는데 지난주에 서울 식물원을 방문했을 때 조경 연출을 보고 깜짝 놀랐다. 유럽 어느 정원에 온 듯한 풍경이 펼쳐져서 천천히 머물다 왔다. 세인포티아 종류가 좀 있는 건 알았지만 손가락 10개를 다 꼽을 정도로 다양한 종을 한 자리에서 보니 감동이 배가 되었다. 현재 국내에서도 40여 가지 품종을 개발했다고 하는데 한자리에 모아서 보면 정말 우아할 것 같다.
세인포티아의 붉은 잎은 당연히 잎이라고 생각했는데 꽃도 꽃잎도 아닌 포엽(잎의 변형으로 꽃이나 꽃받침을 둘러싼 작은 잎)과 착색엽이라고 한다. 포인세티아 핑크 잎들이 우아한 분위기가 있어 더 마음에 들었다. 식물원 기프트숍에서 몇 종류는 소량으로 판매하고 있었지만, 겨울이 되면서 집 안이 이미 식물로 꽉 차서 살 수 없었다. 집이 한 100평 정도 되면 좋겠다.
서울 식물원에 전시 중인 세인포티아 사진을 몇 장 찍어 왔다.
포인세티아 미스메이플
포인세티아 마블 벨
마블 벨도 무늬가 정말 예뻐서 잎을 만져 봤다. 역시 세인포티아들은 잎이 다 야들야들했다. 크리스마스에 세인포티아는 너무 뻔해서 지루한 컨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우아한 세인포티아가 여러 종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식물은 많을수록 싱그럽고 예뻐 보이니까.
포인세티아 레몬에이드
포인세티아 레드 볼
포인세티아 피치 볼
포인세티아 그린 스타
대형 화분으로 식재해 놓은 걸 보고 있으니 꽃을 보는 것 같았다. 세인포티아 품종이 더 많아지면 정말 세인포티아만으로도 크리스마스 플랜테리어를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복숭아색을 띠는 잎들은 봄에 피는 꽃을 보는 것 같아 실내 분위기를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다.
포인세티아 팔레트
포인세티아 핑크벨
포인세티아 슈가볼
포인세티아 그레이스
포인세티아 관리법
포인세티아는 관리법이 난이도가 있는 편이다. 일단 겨울에 인기가 있지만 추위에 약한 식물이다. 나 역시 겨울에 작업실에 들였다가 추위로 인해 많이 떠나보냈다. 섭씨 18-30도 정도의 따뜻하고 건조에도 약하다. 14시간 이상의 빛이 없는 어두컴컴한 환경과 10시간 정도의 밝은 빛을 골고루 쬐어줘야 성장하면서 잎의 색깔이 계속 유지된다.
또한 과습에 취약하기 겉흙이 충분히 마르고 나면 물을 줘야 한다. 화분에 식재할 때는 배수가 잘되어야 해서 배양토를 그대로 쓰는 것보다는 펄라이트를 추가하는 것이 좋다. 농장에서 키울 때야 성장을 촉진하고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 주다 보니 피트모스나 다른 흙의 비율이 높을 수 있다. 우리가 보통 거주하는 아파트 같은 실내는 비닐하우스처럼 바람도 불지 않고 통풍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한겨울에 잘 키우기는 더욱 어렵다.
서울 식물원 온실에는 14개 정도의 세인포티아가 있었던 것 같다. 온실을 돌다 보니 여기 저기에 난 식물이 가득 대기중이었는데 12월에 가면 아마 난으로 연출한 열대 정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다음 방문이 기다려진다.
정글라
<어쭈구리 식물 좀 하네> 저자. 식물로 재밌는 컨텐츠를 만들며 살아가려고 노력중입니다 junglakor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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