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겐 물공포증이 있습니다.
심해공포증 혹은 폐소공포증 비슷한것도 함께 있지요.
깊은 물속을 상상하기만해도 온몸에 소름이 끼치고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라
가끔 구피를 구입하러 수족관에 들어서면
모자 따위를 푹 눌러쓰고 시야를 최대한 가려야만 겨우 견디는 정도입니다.
TV나 영화속에서 가끔씩 바닷속 장면이 나오거나
주인공들이 물에 빠지는 장면이 나오면
바로 눈을 질끈 감거나 고개를 돌려야할 정도지요.
이런 이야기를 새삼 여기에 꺼내놓게된 이유는
지난 주말,
물놀이도 좋아하고 물구경도 좋아하는 아가를 위해서
갑작스러운 남편의 제안으로 인근 지역인 대전 아쿠아리움으로 출발하게 된 덕분입니다.
...물론 저 또한 식물 키우는 방법 중에서
수경재배방식을 가장 선호하기도 하고
자그마한 어항에 구피같은 아기자기한 친구들을 종종 키워오기도했고
이런저런 물구경하기도 차암 좋아하는데 말입니다.
물공포증이 있다는건 남편도 잘 아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엄마니까(?!) 물 좋아하는 아가를 위해서 한번 도전해보자는 말에
일단 오케이해봤습니다.
요즘 티켓값도 할인중이라 솔깃하기도 하고
가보고 정 안되겠으면 둘만 들여보내는 방법도 있으니까요.
...아아.
결국 도착해버렸습니다.
입구에는 홀로그램 영상인 상어가 동동 떠다닙니다.
저는 십여년전에 아직 어린 학생 시절,
아직 물공포증을 자각하기 직전에 단체로
부산 아쿠아리움을 간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저의 물공포증을 자각하면서도
아름다운 물속세계의 매력을 물씬 느낀 경험을 되돌아봤을때
요즘 아쿠아리움은 최신식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새삼 신기했습니다.
홀로그램 뿐만 아니라 이곳 아쿠아리움은 특별한 부분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곳곳의 벽면에 펼쳐지는 미디어아트,
신들의 정원 컨셉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보다보니
여기는 아쿠아리움이 아니라 수족관이 있는 식물원을 보는듯 해서 상당히 즐거웠습니다.
물론 대부분 조화이겠지만 전체적으로 식물인테리어가 상당히 근사하게 장식되어있어서
물공포증임에도 불구하고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이곳은 평범한 평면형 수조가 아니라
상당한 기술력을 바탕으로한 와인형 수조와 커브스 수조 형태로 되어있어서
걱정했던것과는 달리 크게 무섭지 않아서 덕분에 아쿠아리움을 즐길수 있었습니다.
우리 아가도 실제로 만난 물고기 친구들의 알록달록한 색감과 요리조리 하늘거리는 움직임에 넋을 놓고 두리번거렸습니다.
일단 틈틈이 담아온 사진으로 곳곳의 풍경을 보여드릴까합니다.
식물인테리어가 참 근사하게 어우러져있습니다.
여기는 로봇물고기들도 리얼하게 헤엄치고 다녀서 정말이지 신세계를 경험한 느낌이었습니다.
아가가 유일하게 인지하는 물고기인
상어를 유심히 관찰중입니다.
물론 커다란 상어가 아니라 철갑상어같은 자그마한 상어이긴 하지만
무서워할줄 알았는데 안무서워하고 빤히 바라보길래 대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만 너무 빤히 바라보면 무서워서
무서울때마다 널 보았어.
이 곳은 제 생각에 가장 멋진 포토존이었습니다.
아가와 저도 올라가서 높은 시야에서 한바퀴 휙 둘러보고는 한컷 남겨보았습니다.
그나저나 요즘 대세인(?) 미디어 아트가 콜라보된 아쿠아리움이라니요...!!
여긴 정말이지 신세계였습니다!!
(참고로 대전 신세계백화점 지하 1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피할수없는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전면 수족관 터널이 마지막 통과의례로 존재했습니다.
최대한 아가를 꼭 끌어안고
아가 윗통수에 코를 박은 채로 최대한 옆을 보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아가에게 열심히 구경시켜주면서 무사히 통과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출구 직전에는
시간대에 따라 마술쇼와 먹이주기쇼, 수중발레쇼가 펼쳐졌는데요
저희가 지나갈때엔 먹이주기쇼 타임이라 자리잡고 앉아보았습니다.
아쿠아리스트 한분이 물거품과 함께 나타나서 가오리들과 상어에게 고등어를 한토막씩 먹여주시며 교감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아쿠아리스트분이 고등어를 던져주시면
가오리들이 쑤우욱 흡입해서 입속으로 쏙 들어가는 모습은 정말이지 신기하기도하고 웃기기도하고...ㅋㅋㅋㅋ
마지막으로 절대 그냥 지나칠수없는 기프트샵에서 수많은 아쿠아 아이템들에 두근두근 구경하다가
아가가 덥석 고른 (알고보니 만오천원이나하는) 핑크색 마그넷 등등을 득템해서 돌아왔습니다(남자는 핑크)
물론 생화 장식은 아니지만 요즘 조화들이 상당히 리얼하게 제작되기도하고,
어찌보면 저 장식들이 모두 생화라면 물고기들이 떨어진 잔해들을 먹고 탈이 날수도 있으니 적절한 선택인듯 했습니다.
일단 초록초록 싱그럽게 꾸며진 아쿠아리움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던
대전 아쿠아리움 탐방기였습니다.
(참고로 대전에는 아쿠아리움이 두군데 있습니다. 여기는 대전 신세계백화점에 있는 곳입니다. 다른 한곳에는 동물원도 포함이라 호랑이도 있다고 합니다)
URang
취미가 직업이 되어버린 식집사이자 식물공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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