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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식물원에서 배워온 뿌리 파리 퇴치법
정글라23. 11. 29 · 읽음 259

 

날이 추워지면서 베란다에 있던 식물을 실내로 들였다. 안 그래도 좁은 내 부동산이 더 작아지고 있다. 선반에 식물 하나라도 더 올리려고 화분을 다닥다닥 붙여 두었더니 축축한 공기가 마음에 드는지 작은 뿌리파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곧 없어질 줄 알았는데 되려 식구가 늘어나는 게 보였다. 이러다 반려 날파리까지 집안에 득실 거릴 것 같아 초장에 박멸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아 그거 뭐더라? 서울 식물원에서 본 그거. 그거 사야겠다.'

 

얼마 전 서울 식물원 정원사 한 분과 식물원을 투어하던 중에 재배 온실을 잠시 둘러볼 기회가 생겼다. 줄줄이 이어진 식물 선반에는 칸칸이 식물이 가득 차 있었다. 화원에 온 것 같았다. 가까이 가서 보니 칸마다 노란색 종이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는데 누군가 벌레를 수집한 것마냥 종류별로 다양한 곤충들이 붙어 있었다.

 

'이거 신박하네. 어릴 때 천장에 매달아 둔 파리 끈끈이랑 비슷하게 생겼네.'

 

 

 

자세히 보니 작은 뿌리 파리들도 잔뜩 붙어 있었다. 어릴 적에 보던 끈끈이는 안 예뻤던 것 같은데 온실에 있던 끈끈이는 네모 칸이 그려져 있는 데다 색상도 예쁘고 'MADE IN ENGLAND'라고 써 있어서 뭔가 전문가의 물건처럼 느껴졌다.

 

'어머, 이건 사야 돼!'

 

집에 오자마자 검색을 해서 장바구니에 담아뒀다. 갑자기 뿌리 파리가 늘면서 걸리적거렸는데 이참에 사야겠다 싶었다. 쿠팡에서 검색해 보니 16,000원 정도에 30장 로켓배송이라 장바구니에서 며칠을 묵혀 뒀다가 구매했다. 효과는 역시나 최고다. 하루 만에 7마리 정도 잡히고 뿌리 파리가 일단 박멸된 것 같다. 20cm가 좀 넘는데 반으로 잘라서 써도 될 것 같다. 몇 년은 쓸 수 있을 양이다. 내년 여름에 베란다 선반에도 붙여두면 초파리 무덤이 될 것 같다. 

 

배송을 받고서 식물원에서 본 것처럼 식물 선반에 끈끈이 트랩을 붙이다가 사고가 날 뻔했다.  커버지를 먼저 제거한 끈끈이를 들고 있다가 바닥에 떨어트렸는데 장판에 그대로 쭈아악 붙어 버려서 다시 떼느라 고생했다. 장판이 살짝 들리는 듯해서 식은땀이 났다. 일단 선반에 고정한 후 커버는 나중에 벗기는 것이 안전할 것 같다.  

 

 

 

식물원 기프트숍에서 식충식물인 네펜데스 알라타를 구매했다. 벌레를 잡겠다는 목적이 있어서는 아니고 어느 날부터 이국적인 매력이 느껴지는데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 아니라는 점에 끌렸다. 2주 정도 됐는데 안에 뿌리파리들의 시체가 하나씩 보이는 거 보면 집에 생각보다 날벌레가 많았던 것 같다. 식충 식물들은 보통 햇빛이 드는 곳이 좋다고 하는데 난 거실 창가에서 키우고 있다. 제발 이번 겨울을 무사히 잘 넘겨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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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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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쭈구리 식물 좀 하네> 저자. 식물로 재밌는 컨텐츠를 만들며 살아가려고 노력중입니다 junglakor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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