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최고의 어머니 상
은후23. 12. 12 · 읽음 174

어제는 제 귀빠진 날이었어요.

일 년에 한번 있는 생일이지만 사실 전 그다지 감흥이 일지 않곤 했는데요.

 

올해 생일만큼 뭉클한 적이 있었나 싶어요.

그 썰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요즘 직장에서 돌아가면서 독감환자가 발생해서 이 빠진 자리가 생기는 일상으로, 연말에 일손이 줄어들어 비상입니다.

 

후선에 앉아 있기에  일선은 마치 창칼없는 전쟁터 같다고나 할까요. 손발 걷어 부치고 밀려있는 고객들을 얼른 내보내 드려야합니다.

 

결재도 해야하고, 보고서도 해야하고,  한 쪽에선 비어있는 잇몸에 임플란트를 해 주는 것처럼 일인 이역, 일인 삼역도 하게 됩니다.

 

다들 피곤하니 칼퇴를 하네요. 저도 칼같이 퇴근합니다. 평소 같으면 현관을 열면 아이가 쏜살같이 튀어나와 안길 텐데.....

무슨 일인지 조용합니다. 할머니할아버지한테 갔나  하고 신발을 벗고 주방쪽으로 향했습니다. 갑자기 노래가 들립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아이가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릅니다.

노래가 끝나자 지기가 쵸코 케이크를 가지고 나오네요.

 

'오늘이 생일이었군'

지기는 출장중이었는데 일이 덜 끝나 내일 도착할 것 같다고 했는데 아마도 부러 그랬나 보네요.

 

남편은 드립 커피 세트를 주네요. 요거 갖고 싶었는데...아이는 선물을 도대체 몇 개나 준비한 건지.

케이크도 아이가 샀다는군요. 

아이가 정성껏 저를 생각하면서 만들고 쓰고 꾸몄을 생각을 하니 마음에 따뜻한 파문을 일으키네요.

저는 부족한 엄마인데, 아이가 알아주는 최고의 어머니상을 받아 금메달을 목에 걸었어요.

요즘 피곤하다고 자주 말한 게 아이의 정서에 영향을 끼쳤는지, 사랑가득 약을 조제해 주네요.

밧데리가 빨리 닳아서  투덜거리던 걸 들었는지

준비했더군요.

최고의 어머니가 아닌 최고의 어린이상을 받아야할 것 같아요. 

아무리 엄마가 정성을 다해도 아이가 받아들임이 약하면 장한 어머니가 될 수 없겠죠. 부족해도 알아주고 엄마를 이해해 주는 태평양같은 마음을 갖고 있는 아이로 전 최고의 어머니로 거듭난 날이었어요.

 

그 어떤 비싼 선물보다 두꺼운 봉투보다 따뜻한 상을 받아 기부니가 너무 좋았어요.

이제껏 이보다 뿌듯한 생일은 단연코 없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또 갱신할 생일이 절  맞이할 수 있을까요? 아이 덕분에 조금은 기대를 살짝 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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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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