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반려식물이 되어 준 못난이 딸기
낭만토토로23. 12. 19 · 읽음 178

  나는 반도체를 개발하는 엔지니어이다.  그런데 나이들어서는 귀농을 하고 싶어한다.

10여년전부터 내가 하고 있는 일과 농업을 같이 연결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당시 한참 이슈가 되었던 LED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고 샘플로 몇개를 만들기 시작했다.

남들이 다 개발하는 조명보다는 농업에 관련된 아이템을 개발하고자 공부하면서 식물성장용 LED에 대해 알게 되었고 관련된 LED를 만들어 빛 하나 들지않는 회사 지하 보일러 창고에서  식물을 재배해 보고는 확신을 가지고 관련 사업을 시작했었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었기에 아이들이 성장할때까지 꿈을 접고 있었다. 

  다만 취미로 전국을 돌며 내가 만든 LED에 대한 평가를 농민분들을 통해 검증 받았다.

  성주참외, 고령딸기, 강릉표고, 창원멜론, 서산오디, 충주고추,  정선새싹삼 그렇게 전국을 누비며 제품 평가를 받았고 심지어는 중국북경까지 시범 재배지를 설치하고 다녔다. 취미라기엔 좀 과한 행동을 했었다.

  그렇게 맘속에 칼(?)을 품고 술자리에서만 가끔씩 무용담(?)을 자랑질하곤 했다. 지금까지 농사를 일도 지어본 적이 없으면서.....

 

  어느날 사무실에 있는데 농촌 출신의 후배사원놈이 내가 한 말을 믿을 수 없다며 딸기 모종을 가지고 왔다.

  정말 내 말대로 된다면 자기 촌 집에 식물공장을 설치해 보겠다고..... ㅎㅎㅎ 이놈이.... 좋다.!!! 해보자...

  다행히 사무실 내 방은 사방이 막혀 있는 조그만한 구조라.... 책상 바로 옆에  텃밭을 만들었다.

 

  LED는 내가 만들떄 불량으로 한쪽 귀퉁이에 짱박혀 있는 것들을 꺼내어 조립했다.

눈앞에서 보여주겠어!!! ㅎㅎㅎ

 

  다행히 1주일만에 묘는 자리를 잡았고 3주만에 세력이 안정화되면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삭막한 사무실에 하얀 딸기 꽃이 피기 시작하니 직원들은 출근하면서 내 자리부터 찾아와서 애들이 얼마나 자랗는지 확인하는 것이 하루의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가져다 놓은 화장솔로 수정의 붓칠을 하기 시작했다.

 

 어느날 저게 열매인줄도 몰랐고 그냥 꽃잎이 떨어진 것인 줄만 알았던 곳이 빠알갛게 익어가는 것을 보고 직원이 고함을 질렀다....

   "어머머...... 진짜 딸기다!!!"

  ㅎㅎㅎ 그런데... 직원들이 얼마나 열심히 붓칠을 했는지.... 완전 희안하게 생겼다....ㅋㅋㅋ

 어찌 생겼든지 간에 딸기는 딸기였고 직원들에게는 세상의 그 어떤 딸기보다 이뻤나보다.

 

 

 

맛은 어떨까? 크지도 않고 못생긴 딸기 3개를 수확했다... 저마다 먹어보고 싶은 얼굴.... ㅎㅎㅎ

가장 열심히 물도 주고 붓칠을 한 친구들에게 먼저 시식의 영광(?)을 줬다.

 

  "어머머... 진짜 딸기네요.... 달아요... ^^ "

 

 장금이인가... 딸기를 먹고 딸기맛이 나서 딸기라고 한다.....

조금 지나니 런너가 나오기 시작한다.

 

 "어머 이게 뭐예요?"

 " 아... 이제 여기 환경이 애들이 열매를 키우기에는 안 맞나보다... 생존 번식을 하기 시작하네....."

 

이제 서서히 정리하자... 우리도 이사가야지.... (곹 사무실이 옮길 예정이었기 때문에)

 

 

 행복했던 딸기 재배는 이렇게 대단원의 막을 내렸지만  '반려식물' 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후배직원의 도발(?)로 시작했던 일이지만 애들이 커가는 것을 보며 딸기 열매보다 더 달달했던 시간이었던 거 같다.

무엇보다 나는 옳았다. ^^

 

이제는 서서히 본업을 전환해야 할 때가 되어가는 거 같다....ㅎㅎㅎ

물론 딸기는 아니다.... 내가 하면 너무 못생겨서... 누가 사먹을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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