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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에 가면 (거제돔식물원)
북글엄23. 12. 21 · 읽음 91
식물원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 손이 닿지 않는 자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아파트 10층 높이는 되고도 남을 듯한 거대 식물들부터 그 아래에서 빽빽하고 다양하게 자라고 있는 식물 군집들을 보면, 내가 지구의 일부로서 얼마나 작고도 짧게 지나가는 존재로 저들과 한 때를 공유하며 머무를 뿐인지 조금 실감한달까.
분명 집에서들 키우는 식물들이지만 수십수백배는 더 크고 훨씬 더 본래적인 모습으로 있는 것을 보면서 그 식물들이 본디 어떤 생명력을 왜 그런 모습으로 갖고 있는지 그냥 조금 이해돼버리기도 하고. 지식이 아니라 감각이 하는 이해.
나는 얼마나 작고, 얼마나 작은 것만을 떼어다 감당할 뿐인가. 이런 생각은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안이 된다. 먼지 만큼 많은 생물들 중 하나로 머물다 끝날 뿐일 것을. 끝나기 전의 내가 직접 겪는 삶의 내용 외에 또 무엇이, 나 이외의 누구에게 그렇게까지 중요할까 하는 생각에 이르면, 나는 하찮고, 하찮다는 건 자유로구나 싶어지는 것이다.
남의 눈으로부터 더 자유롭게, 끝나기 전의 내 경험을 나로 충만하게. 하찮아서 더 맘껏 각자 소중해도 되니까.
함께 인생 한 때를 공유하는 소중한 아이에게 좀 더 웃고 표현하고 관대하게 사랑하는 데이트를 했다.
우열은 없고 개성만 있는 식물들 천지. 예뻤다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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