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들이 물었다 - 산타편
요상한엘리23. 12. 22 · 읽음 85

작년 어느 날 아들은 내게 선명하게 물었다. 

 

"엄마, 근데 산타할아버지가 정말 있을까?" 

 

덜컥, 본능적으로 당황했다. 하지만 엄마 10년차인 나는 당혹감을 잘 감춘 채 아무렇지 않은 듯 물었다. 

 

"왜???" 

"응, 친구들 중에 산타 할아버지가 없다는 애들도 있어서." 

 

그렇지. 요즘 애들은 빠르다. 없다는 걸 눈치를 챘을수도, 부모가 알려줬을 수도 있다.

 

사실 산타가 없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 동심 파괴? 왜? 그게 왜 동심 파괴지?

 

연쇄적인, 3단 논리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왜 일까.

 

왜 나는 내 아이에게 나조차 설득이 되지 않는, 설명이 되지 않는 '산타 존재=동심'이란 공식을 지키고, 지켜주고 싶은 걸까. 

 

늘 그랬듯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으면 변화를 주지 않고, 일단 현상 유지 혹은 지켜보기로 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명백한 기준! 절대 아이를 속이지는 않는다. 

 

 

"아들, 산타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어. 근데 일단 있어서 나쁠게 없으면 있다고 믿는게 좋지 않을까? 산타가 굳이 없다고 생각하는 친구들한테 선물을 줄 것 같지는 않은데??" 

 

아이는 그때 말간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 봤고, 다소 알수 없다는 듯 표정을 지었다. 갸우뚱한 미소와 함께. 

 

그리고 올해, 아이는 묻지 않는다. 나도 묻지 않는다.

 

산타는 있냐, 궁금증은 풀렸냐고. 

 

그렇게 말없이 나는 부모 몫의 선물과, 산타의 선물을 준비한다. 

 

카드도 써야 한다. 

 

"오빠가 산타할래? 부모할래?"

"나, 부모!"

"오케이, 내가 산타입장에서 쓸게." 

 

 

이런 역할극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이게 옳은 건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최소한 아이에게 나쁘지는 않으므로 부모는 감수한다.

 

모든 수고와 지출과 번거로움을. 너만 즐겁다면야. 우리도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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