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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싹이 나지 않은 금어초의 대반전
온유한식물누나23. 12. 26 · 읽음 440

그로로팟 3기 동기분들의 새싹 소식이 하나 둘 들린다. 하지만 나의 금어초는 아직 싹이 올라오지 않았다. 조바심 나지 않는 척하지만 지금 나는 매우 초조하다. 

 

오늘 여러 자료를 찾다가 발견한 것인데, 금어초 씨앗은 아주 미세해서 복토(흙을 덮는 것)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일반적인 가이드만 읽고는 흙을 신나게 덮어주고 말았던 것이다!!! 초조한 마음을 애써 달랠 겸, 금어초에 대해 공부를 해봤다. 

 

 

 

 

입이란 입은 다 금어초

 

금어초는 꽃 모양이 헤엄치는 금붕어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금어초는 별명이 참 많다. 사자의 입, 두꺼비의 입, 개의 입, 송아지 주둥이 등 입이란 입은 다 금어초다. 그중에서도 용의 입이라고 해서 '스냅드래곤'이라는 이름이 가장 유명하다. 

 

스냅드래곤 / 캣 레이 / 보물창고

 

스냅드래곤이란 단어가 어쩐지 익숙하다 했더니 집에 있는 그래픽노블 제목이 <스냅드래곤>이다.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 스냅드래곤이라 아이의 이름도 스냅드래곤이라고... 이 책에는 로드킬 당한 동물의 뼈를 모형으로 만들어팔며 크록스를 신고 다니는 마녀가 등장하는데 참 독특하고 재미있는 만화다. 

 

Image by Ralph from Pixabay

 

 

금어초의 숨겨진 모습들..

 

금어초의 꽃말은 수다쟁이, 참견, 욕망, 오만처럼 부정적인 의미가 많다. '수다쟁이'라는 꽃말은 아마도 앞서 언급한 입모양을 닮은 꽃 때문에 생겨난 것 같다. 

 

금어초는 영화 곡성에서 씬스틸러 역할을 하기도 했다. 금어초는 시들면 해골처럼 변하기도 해서 해골꽃이라고 한다. 영화 곡성에서는 미스터리한 사건 피해자들의 집마다 말린 금어초 다발이 걸려 있어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출처 : 네이버 영화 곡성 스틸컷

 

사실, 영화 제작진은 농장 50평을 빌려 금어초를 직접 재배했고, 손수 말려 해골 모양에 가장 가까운 것을 선별한 것이라고 한다. 나홍진 감독은 영화에 금어초를 등장시킨 이유에 대해 한 줄기에 시든 꽃봉오리들이 겹쳐있는 모습이 수많은 해골들이 뭉쳐있는 모습 같았다며, 불행을 겪은 사람들을 이미지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활짝 피어 있을 때는 금붕어가 헤엄치거나 레이스 옷자락이 살랑살랑 흔들리듯 아름답지만 시들면 무서운 해골 형상으로 변하는... 모순과 반전의 꽃이다. 욕망, 오만, 화려함의 끝을 의미하는 걸까? '현혹되지 마라! '는 대사가 귓가에 맴돈다. 

 

 Unsplash의Cristina Anne Costello

 

 

수호천사 금어초

 

하지만, 금어초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말자. 아주 멋진 이야기도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가끔 가까운 곳에서 뭔가 음산한 기운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금어초를  밟거나 손에 쥐고 그 기운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면 안전하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누군가 나에게 저주나 나쁜 기운을 보낸다면 금어초를 병에 꽂아 놓아두면 저주를 보낸 당사자에게 그것이 되돌아간다고 한다. (식물의 말들,  S. 테라사 디에츠 참고)

 

나쁜 기운이나 저주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꽃이라니 해골꽃이라는 오명은 너무했다. 그래도 해골 모양이 진짜 나오는지 꽃을 말려볼 기회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너 언제 싹틀래? 

 

Image by Luis Bruna from Pixabay

 

 

나의 수호천사 그붕어 

 

식물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오글오글한 짓은 식집사 생활 10여 년 역사에 한 번도 없었던 일인데, 팟 캘린더에 식물 별명 칸이 있기에 딸아이에게 작명을 의뢰했다. 딸이 지은 내 금어초의 이름은 그붕어. 그로로와 금붕어를 합친 깜찍한(?) 혼종이다. 

 

나는 조금 촌스러워도 입에 딱 붙는 이름을 좋아하는데, 그래서 바로 '그붕어'로 낙찰되었다. 딸아이는 오늘도 내게 와서 묻는다. "엄마, 그붕어 싹 났어?" "아니, 그래도 신에게는 아직 네 알의 씨앗이 남아있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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