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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불면 날아갈 듯, 금어초 씨앗
구이일23. 12. 27 · 읽음 84

영하의 추위에 차마 세탁기도 돌리지 못하고 빨랫감만 쌓아가던 겨울날, 그로로팟이 도착했다.

씨앗도 얼어 버린 것 아닐까 걱정하며 얼른 택배를 뜯어보았다.

이번에도 구성이 알차다.

지난번 멜람포디움 키트와 비교해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식물등이 추가되었다는 것.

가장 마음에 드는 구성품은 미니어처 삽이다. 지난 키트에 들어 있었던 쪼마난 삽도 귀여웠지만, 손잡이가 나무라 물에 약하고 잘 분리되어서 실용성이 떨어졌다. 이번 삽은 척 보기에도 튼튼하고 끝이 예리해서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싹을 틔우는 데만해도 한참 걸리니, 키트 구경을 마치자마자 심기로 했다.

우선 지피펠렛을 꺼내 얕은 그릇에 두고, 물을 부어 불린다. 그릇은 배달용기의 뚜껑을 활용했다.

충분히 불어나라고 하룻밤을 꼬박 불려 두었다.

다음날 아침, 지피펠렛이 순대처럼 통통하게 불어났다.

윗 부분을 삽으로 살짝 걷어내고 씨앗을 올린다.

금어초 씨앗은 너무 너무 작아서 후 불면 날아갈 것 같다.

그냥 찍으면 잘 나오지도 않아서 자세히 보여주기 위해 돋보기를 동원했다.

씨앗이 날아갈까 숨을 참아가며 한 알 한 알 섬세하게 올리고 흙을 조금만 덮었다.

솔직히 몇 개는 벌써 콧바람에 날아갔을지도 모른다.

 

이번 키트에는 지피펠렛이 씨앗 갯수와 비슷하게 넉넉히 들어 있었다.

멜람포디움 새싹은 발아율이 너무 좋았던 나머지, 지피펠렛에 서너개씩 심었더니 모두 싹을 틔우는 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솎아내야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지피펠렛 하나에 딱 하나씩만 심었다.

워낙 실내가 건조해서 지피펠렛이 마르지 않게 수시로 그릇에 물을 채워주고 있다.

오늘로 6일째인데, 싹이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습도가 부족한가 싶어 뚜껑도 씌워주었다.

이제 남은 일은 기다리는 것 뿐.

얼른 새싹 스티커를 붙여줄 날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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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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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차 도시 농부이자 글쓰는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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