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아빠의 포켓몬 그리기 도전!] #1. 뮤
파초청녀22. 10. 16 · 읽음 584

아이를 키우다보니 내 평생 내 의지로는 절대 사지 않을 것 같은 책을 사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포켓몬 전국 캐릭터 대도감"이었다. 그런데 책이 배송하던 날 아이만큼이나 반가워했던 이가 있었으니, 바로 남편이다. 

 

반짝반짝 눈으로 한장 한장 넘겨가며 자신이 좋아하는 포켓몬을 찾는 아이 옆에서, 그 못지 않게 초롱초롱한 눈으로 몇십년전 기억을 회상하며 자신의 어린시절로 돌아간 남편.

 

"어! 이건 옛날에 없었던건데!"

"그래? 아빠 때는 1세대밖에 없었어?" 

 

어린시절에도 포켓몬스터 만화에 관심이 없었던 나로서는 무슨 이야기인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만화를 매개체로 딸과 남편이 세대차이를 극복(?)하고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흐뭇하기 그지 없었다. 

 

그리고 갑자기 펜을 든 남편.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길레 뭐하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포켓몬 그려."

"응?"

"딸이 그려달래, 뮤"

"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주방에서 사부작거리고 있는데 들려오는 아이들의 함성소리.

 

"우와! 엄마 이것봐 아빠가 그렸어. 진짜 똑같아"

 

딸이 들고온 종이에 그려지 뮤는 진짜 포켓몬 도감 책에 있는 뮤와 꽤나 많이 닮아 있었다. 

신기한지고...이런 재주가 있던 사람이었던가. 

 

"오, 남편 잘그리네? 진짜 잘그렸다. 미술 했었어?"

"아니"

 

남편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한 이날. 가족의 흡족스런 반응에 약간 광대가 승천한 듯한 남편. 

전적으로 내 생각에 혼자보기 아깝다고 느껴져 기록해본다. (그리고 옆에서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본 아들이 남편에게 다른 포켓몬을 그려달라고 요청했다. 아마 곧 또 다른 포켓몬이 그려지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품으며..이만 총총)

 

 

 

13
파초청녀
팔로워

커피를 사랑하고, 환경지키는것에 관심이 많으며, 책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댓글 13

첫 번째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전체 스토리

    이런 글은 어떠세요? 👀

    신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