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식물을 물에서 키우면 어떨까?
온유한식물누나23. 12. 31 · 읽음 512

식물은 죽어 화분을 남긴다? 

 

식물계에 떠도는 농담 중에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식물은 죽어 빈 화분을 남긴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런 농담이 나올 정도면 스스로를 식물 킬러나 살식마로 자처하는 분들이 초록손(Green thumb) 보다 확실히 많은 것 같다. 소위 식물 킬러라고 하는 분들께 내가 추천하는 것이 바로 수경재배식물이다. 

 

나는 식물을 물에서 키우길 좋아한다. 가지치기 하면서 물꽂이로 시작해 수경재배로 계속 키우고 있는 아이들도 있고, 일부러 흙을 털어 뿌리를 깨끗이 씻어 물에서 키우기도 한다. 

 

좌 : 흙을 털어 물에서 키우는 오션 / 우 : 물꽂이한 오션

 

 

 

수경재배는 지속가능한가? 

 

많은 식집사들이 물꽂이한 아이들은 뿌리가 나면 곧장 흙에 심어 화분으로 옮겨주려 하지만, 사실 물에서도 최소 2~3년은 거뜬히 식물을 키울 수 있다. 하이드로볼과 특별히 설계된 화분을 이용해 수경방식으로 영구관리가 가능하다고 하는 업체의 글도 본 적이 있다. 

 

워낙 식물이 많아 물시중 들기도 힘들다보니 그냥 물에서 계속 키우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흙에서보다 더 잘 자라는 아이들도 많다. 직접 키워보니 하트아이비, 스파티필름, 청페페, 고무나무 등이 물에서 아주 잘 자랐다. 청페페는 흙과 물에서 똑같이 시작했는데 물에서 자란 아이가 상태가 훨씬 좋다. 

 

 

좌 : 흙에 심은 청페페  / 우 : 물에서 키우는 청페페

 

물에서 키우기 어려울 것 같은 산세베리아나 알로에 같은 다육식물, 심지어 올리브나무도 물에서 키울 수 있다. 시험삼아 3년째 물꽂이 중인 올리브나무는 왕성한 성장을 보이지는 않지만 실내 그늘에서도 뿌리를 뻗어가며 묵묵히 견디고 있다. 

 

물에서도 잘 자라는 알로에

 

물에서 키우면 흙에서 얻는 영양을 제대로 채울 수 없기 때문에 잘 자라지 못한다는 편견도 많지만, 직접 키워보면 물에서도 생각보다 잘 자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물론 성장 속도는 다소 제한적이다. 

 

하지만 요즘은 '다있어'에서 수경 전용 영양제도 판매하고 있을 정도로 관리법이 점차 편해지고 있다. 영양은 수경전용 비료로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하다. 상추같은 쌈채소나 딸기도 요즘은 수경재배로 많이 키운다고 하는데, 관엽식물이라고 못 키울 이유는 없다. 

 

물에서 키운 청페페의 왕성한 뿌리

 

 

수경재배는 어떤 점이 좋을까? 

 

주로 흙에 알을 낳는 벌레 생길 일도 없고, 언제 물을 줘야 하는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건 초보 식집사에게 큰 강점이다. 협소한 공간에서 식물을 크게 키우기보다 지금 상태를 현상유지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좋은 선택이다. 

 

화병은 굳이 구매할 필요없이 재활용 주스병이나 테이크아웃 커피컵으로도 충분해서 경제적이기도 하다. 흙날림, 벌레 발생이 너무 싫은 깔끔쟁이에게도 수경재배식물은 구원이 될 지도!  

 

 

 

 

물에서 키울 때 주의할 점 

 

수경재배식물을 키울 때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면 식물 뿌리만 물에 잠기도록 수위에 신경써야 한다는 것! 스파티필름, 아이비 같은 식물은 상관이 없지만 어떤 식물은 수경재배 시 줄기나 잎이 물에 잠기게 하면 안 된다. 특히 홍콩야자나 산호수, 천냥금, 테이블야자는 물 높이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리고 수질 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뿌리를 씻어 수경재배 할 때는 뿌리를 짧게 잘라주고 흙이나 이물질은 확실히 제거해야 한다. 초반에는 물을 자주 갈아서 깨끗한 물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후 자리를 잡으면 1주일에 1번 물을 갈아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수경재배의 즐거움

 

나는 주방에서 많은 식물을 물에서 키운다. 주방은 음식을 하는 공간이니까 흙날림이나 벌레 발생이 특히 신경이 쓰이지만, 공기정화나 습도조절에 도움을 주는 식물은 또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방에 소소하게 '나만의 워터가든'을 꾸몄는데 주방에서 일을 할 때마다 상쾌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 든다. 싱크대에서 물을 바로 갈아줄 수 있으니 편리한 건 물론이다.

 

수경재배가 장점만 있는 건 아니지만, 꼭 흙에서만 식물을 키워야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으로 식물을 키워보는 것도 실내 가드닝의 재미다. 수경식물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식물을 쉽게 키우고, 식물이 주는 생기와 즐거움을 누렸으면 좋겠다. 

 

 

 

14
온유한식물누나
팔로워

안녕하세요? 늘 온유하게 살고 싶은 식집사입니다.

댓글 14

첫 번째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전체 스토리

    이런 글은 어떠세요? 👀

    신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