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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가의 열두달
식물리에24. 01. 02 · 읽음 260

 

우리는 가드너의 후예입니다.

 

1월 
날씨를 탓하며 따뜻한 실내에서 봄을 기다리는 게 상책인 달

 

  저자 차페크 씨는 툴툴대며 1월에는 그저 기다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안된다. 1월은 정원활동을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하는 가장 중요한 달이다.

계획이 없으면 준비를 못하고, 준비가 안 되면 실행을  못한다.

그래서 1월은 가드너에게 꼭 필요하고 귀한 시간이다.

 

그런데 늘 이 중요한 1월이 참 이상했다. 

 

한 차례 추위가 지나고 다음번 추위를 기다리는 1월은 계절적으로 겨울의 중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어정쩡한 시기에 한 해가 바뀌고,

새것으로 바꾼 달력의 첫 장인 1월이 시작한다. 늘 이상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정원에 대한 책들을 읽으면서 왜 지금이 1월이어야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1월이 겨울 중간에 시작하는 이유는 우리가 가드너의 후예이기 때문이다.

 

 떠돌이 사냥꾼이었던 지구인들은 정착을 하면서 농사꾼, 일종의 가드너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후손들이 반복되는 시간을 기준으로 '날짜'를 만들었는데,

그 시간 순환점의 시작이 지금 이 추위 한가운데이다.

얼음이 녹고 싹이 올라오는 따뜻한 봄이 아니라 겨울에 '1'이라는 숫자를 준 이유는

지금이 만물의 생장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출처 ; 알라딘 책 검색

 

 

겨울에 준비하지 않으면 봄은 오지 않는다.

 

카렐 차페크가 쓰고 요제프 차페크가 그린 『정원가의 열두달』은 <추천의 말>과 <작품 안내>로 시작한다. 

문화비평가 이명석 씨는 작품안내에서 이런 말을 했다.

 

"개인이든 국가든 언제나 봄 속에 살지는 못한다.

겨울에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알아야 봄을 맞을 자격이 있다.

우리도 차페크 씨처럼 작은 정원에서 큰 세상을 살아갈 원리를 배워보자.

꽃과 열매, 그들을 찾아오는 나비와 이웃 친구들은 덤이다." 

 

정원을 가져본 적 있는 이명석 씨는 시간에 대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다.

정원생활은 봄이 아닌 겨울에 시작된다.

활동하는 봄이 시작되기 전인 겨울에도 쉴 수 없다는 것을 몇 번의 정원을 가꾸는 경험으로 체득한 것이다.

 

겨울에 단단히 준비하지 않으면 봄은 오지 않는다. 

 

 

출처 ; 알라딘 책 검색

 

 

정원가의 열두달 - 카렐 차페크 지음, 요제프 차페크 그림


겨울을 잘 보내기 위해 식물리에서가 2024년 첫 책으로 『정원가의 열두달』을 준비했다.

정원의 1년은 어떤 활동을 통해서 가꿔지는지를 보고 우리가 어떻게 겨울을 보내면 좋을지를 생각해 보자.

 

하지만 미리 말을 하면, 카렐 차페크의 『정원가의 열두달』에는 정원을 가꾸는 실용적이고 기술적인 내용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정원활동을 위한 책으로 추천하는 이유는

다른 정원 관련 책에서는 보기 힘든 '따뜻함'이 가득 담겨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체코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한 명인 카렐 차페크는

이 책에서 정원에서 보내는 열두 달을 매 달마다 한 편의 연극을 보듯 재미있고 찰지게 묘사하였다. 

그리고 그와 형제인 요제프 차페크는 이 내용들을 재치 있고 매력 넘치는 그림으로 그려냈다. 

 

비록 정원을 가꾸는 스킬이 담긴 실용서는 아니지만

작은 화분 몇 개라도 가꿔본 사람들은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때로는 웃음이 터져 나오는 이 책으로 가볍게 정원계획을 시작했으면 한다.

 

 

 그림 : 요제프 차페크

 

 

읽을수록 재밌어 지는 책

 

또 미리 고백할 것이 있는데, 

이 책은 아직 식물을 키워 본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다소 재미가 없을 수 있다.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분들에게는 과감하게 책 추천을 포기한다. 

 

대신 뭐든 몇 계절에 걸쳐 식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다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책이 얇지만 한 번에 완독 하는 것보다는 잡지를 보듯 조금씩 나눠서 읽는 방법을 추천한다.

n회독 경험상 이 책은 식물을 키우며 흙을 살피고 물 주는 경험을 쌓아가면서 여러 번 읽어야 재미있다. 

 

가드너라면 공감할 수 있는 경험에 의한 우스꽝스러운 일들과 푸념들,

솔직한 마음들이 담겨 있고 그 문장들마다 킥킥대며 책을 폈다가 덮었다 반복하면 된다.

 

그리고 그렇게 차페크 씨의 열두 달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정원뿐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인생을 가꾸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슬그머니 생각하게 된다.

 

 

 

 출처 : 알라딘 책 검색

 

 

정원생활자의 열두 달 - 오경아 지음

 

차페크 씨의 책의 내용이 아쉬울 분들을 위해

또 하나의 책 『정원생활자의 열두 달』(오경아 지음)을 소개한다. 

 

제목이 비슷하기 때문에 헷갈리지 않길 바란다. 

 

정원을 잘 가꾸기 위해서는 '직접 경험'을 통한 노하우가 필요한 일이지만

그래도 늘 누군가의 간접 경험이 절실하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가든디자이너 오경아 작가의 『정원생활자의 열두 달』을 추천한다. 

 

오랜 방송작가 생활을 정리하고 외국에서 조경공부를 한 후

현재는 강원도에서 '오경아정원스쿨(오가든스)을 운영하고 있다.

이제는 방송작가 생활만큼이나 가든 디자이너로서 경험이 쌓인 작가가

그동안의 노하우를 가득 담아 정원생활의 열두 달을 소개한다. 

 

1월부터 12월까지 어떤 계획으로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지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자세한 설명이 가득 담겨있다.

 

올해만큼은 제대로 '나만의 정원'을 가꿔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오히려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다시 한 번 말하지만 책제목에 유의하자).

 

이 책은 처음 읽을 때는 훑어보기 완독을 통해 필요한 정보들을 체크해 두고,

두 번째부터는 '월리를 찾아라'를 읽듯 꼼꼼하게 읽어나가면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다. 

 

그렇게 책을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 한 켠에 '나만의 정원' 한 평이 생기게 될 것이다. 

 

 

 출처 ; 알라딘 책 검색

 

 

차페크 형제의 열두달이 궁금하다면

 

이번 책추천도 분량조절에 실패해버렸다. 

늘 초안을 줄이고 줄이는대도 여전히 수다쟁이다.

 

차페크 형제가 정원에서 보낸 열두 달 중

먼저 소개한 1월을 뺀 나머지 달들이 궁금하다면

보다 긴 글을 올리는 브런치매거진에서 확인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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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사, 숲해설가, (구)식물가게 주인 ㅣ 작은 책방이 딸린 사랑방주인이 되고 싶습니다. #식물로나를찾아가는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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