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는 장롱 안에
이다24. 01. 05 · 읽음 33
우리 부부는 가끔 그런 말을 한다.
"우리 계모, 계부 아니냐?"
이런 말을 하는 속사정이 있는데
이런 말하면 재수 없다고 할까 봐 자제했던 말인데
애가 밥을 너무 잘 먹는다.
잘 먹으면 좋은 거다.
맞다.
그런데.
너무 잘잘잘 잘잘 먹는다.
어쩐지 태어나서 일 년 동안 분유 한 방울을 남기지 않더라니.
귤을 박스째로 먹어치우더라니.
그걸 좋다고 어화둥둥 지켜보던 난.
땅을 치며 후회하는 중이다.
우리 집엔 달달한 과자 한 톨이 없다.
아이는 수시로 냉장고를 열지만
실망한 마음에 싱크대를 뒤적이지만
우리 집엔 먹을 것이 없다.
슬프냐.
나도 슬프다.
너에게 다 주고 싶지만
줄 수 없는 AMY 마음은 찢어진다.
나이 드니 과자를 먹고 싶은 부부는 각자의 장롱 안에 과자를 숨긴다.
우린 어쩜 계모, 계부가 맞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이에게 딱 그 정도가 좋을지도 모른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우리 아이 비만에서 탈출하게 도와주시옵소서.
과자를 들키지 않도록 도와주시옵소서.
510
이다
팔로워
10년째 화분에 물주는 여자. 샐러드를 좋아해요^^
댓글 10
첫 번째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