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되면 새로운 아이들을 만날 때 설렘반, 긴장반 입니다.
어떤 아이들과 함께하게 될까요.
저마다 집에서 귀하디 귀하게 자란 아이들이 한 교실에 모입니다.
풍족한 경제적 환경을 누리며 부모들의 전폭적 지지 속에서 성장한 아이들입니다.
친구 같은 부모를 지향하는 시대 분위기 덕분에 갖고 싶은 거, 해보고 싶은 거, 무엇이든 최대한 누리며 자랐을 겁니다.
그래서 인지 겉으로는 자신감 넘치고 재기 발랄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이러니하게 아이들이 날이 갈수록 수동태입니다.
해마다 그 정도가 심해지는 것을 모든 선생님들이 공통적으로 체감합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할 줄 아는 아이들이 줄고 있습니다.
"선생님, 저 선택과목 뭐 할까요? "
"쌤, 저 자습시간에 뭐 공부할까요? "
"저, 학원이 이러저러한데 다닐까요 말까요? "
"쌤, 공부할 때 쓰면서 할까요, 읽으면서 할까요? "
왜? 똥 마려울 때도 쌀까요 말까요 물어보고 싸지 그러니 ㅠ
식물이 온실에서 자라면 눈·비·바람을 피할 수 있으니 항시 뽀송뽀송 쾌적하게 자랍니다.
온실 속에서 폭풍우만 피했을까요?
잘 자랄 수 있는 최적의 온도, 적당한 습도까지 세팅된 환경에서 아무 걱정 없이 그저 있었을 겁니다.
자란다니 보다 그저 존재하는 것 뿐입니다.
문제는 온실이 아닙니다.
자동이 문제입니다.
아이에게 온실 같이 편안하고 평화로운 곳이 존재해야 합니다.
그게 내 집이고, 가족이 있는 곳입니다.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는 안전한 온실 안에서 아이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고 판단해서, 실행해야 하며 자라야 한다는 겁니다.
춥다고 느끼면 ,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보일러를 이용해야 겠다는 생각에 이르러야 합니다. (보통은 부모가 먼저 판단해서 모두 적절한 환경으로 세팅해버리기 때문에 아이는 느끼지 못합니다)
직접 보일러를 작동시켜서 5℃ 정도 온도를 높여봅니다. 그리고 이 온도가 자기가 편안하게 느끼는 온도인지 아니면 너무 더운지 피부로 느껴봐야 정말 자기가 딱 좋아하는 온도를 체험으로 알 수 있습니다.
건조함을 느꼈을 때 ,
습도를 높이기 위해서 뭘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검색을 통해 젖은 수건을 걸어놓을지, 제습기를 찾을지 결정해야죠 .제습기를 찾아 물을 채우고 가동했을 때 과도하면 오히려 눅눅해질 수 있습니다. 실패를 통해 제습기의 강도를 조절하는 법을 배울 겁니다.
요즘 아이들은 온실같은 가정 안에서 조차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능력을 배우지 못합니다.
아이를 모든 것이 갖춰진 완벽한 온실 속에서 자라게 하는 건 선택권 없이 수동적으로 자라는 식물을 기르는 것과 같습니다.
모든 것이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 관리된 온실에서 자란 아이들은 모릅니다.
내가 좋아하는 온도와 습도를.
안전한 온실 안에서 스스로 삶을 주도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키울 겁니다.
스스로 느끼고 , 생각하고 , 판단해서 , 결정해 보고 , 실패를 통해 , 정말 내가 좋아하는 온도와 습도를 아는 아이로 자라게 해줄 겁니다.
온실 밖으로 나왔을 때 눈·비·바람을 맞으면서도 내 삶을 이끌어가는 성인이 될 수 있도록 이끄는 부모가 되겠습니다.
코케허니
밋밋한 삶에 글무늬를 입혀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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