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이 나지도 않았지만 식물 타로점을 보니 왕이 될 것처럼 카드가 나와서 나는 그 유명한 관상쟁이에게 물어보는 수양대군처럼 내 식물이 왕이 될 상인가, 하고 재미로 적었던 기억이 난다. 반쯤은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고.
그런데 그 글에 그만 많은 분들이 태어나지도 않은 내 식물을 하나같이 왕으로 추대해 주셨고 아직 살아있는지 아닌지도 모를 새싹에 대한 그 말들에 감명이 깊었던 나머지 장난스럽게 공약을 내걸었다.
정말 싹이 난다면 이름을 펜타클에서 펜타클킹으로 진화시키겠어요!
일이 참 재밌게 돌아간다. 별거 없지만 약속을 지켰다. 이제부터 이 아이의 이름은 펜타클킹이었다.
업그레이드된 이름이 뻘하게 웃기지만 재밌었다. 너는 나도 못 가진 왕의 이름을 가졌구나. 내가 고대 예언인 타로카드의 주술사로서 네가 태어날 것을 점쳤을 때 필시 너는 왕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날 것을 점지했었지. 괜히 이러고 장난쳤다.
어제는 새싹 두 개가 한 지피 펠렛에서 갓 나왔고 하룻밤이 더 지나니 그들은 조금 더 자라고 하나의 지피 펠렛에 새싹이 하나 더 올라왔다. 새싹이 처음으로 나온 건 정확히 14일째 되던 날이었다.
열심히 식물등을 밝힌 보람이 있었다. 식물 키우면서 이번에 잘한 일이 있다면 새싹이 나오지 않는다고 조급해져서 흙을 파헤쳐 보지 않은 일이었다. 다른 씨앗 같으면 모르겠지만 금어초 씨앗은 정말 작고 미세한 사이즈였다. 그래서 조금 불안해도 참았다. 얼마나 불안했냐면 타로점을 볼 정도로.
그래도 이제부터 다시 잘 키워나가는 게 관건이겠지.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새싹은 참 신비롭다. 다 같을 것 같은데 매번 볼 때마다 느낌이 새로웠다.
릴랴
자기가 쓰고싶은 글을 쓸 뿐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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