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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식물로서, 내가 나로서 존재한다는 것은
그린핑거스24. 01. 16 · 읽음 129

 

 2023년 12월 24일 이브(네모필라)를 파종 후, 오늘까지 23일이 되었다.

9개의 씨앗 중에 2개는 필렛발아, 6개는 솜발아 하였고, 본잎이 나와 성장이 보이는 이브는 필렛발아 1개, 솜발아 2개 정도이다. 다른 지피필렛과 투명 슬릿화분에서 비틀비틀 자라는 아이는 조만간 정리할 수 도 있다. 

 

2024. 01. 15. pm22시 +필립스 조명 아래

  

 23일 이라는 시간 동안 나 혼자 온전히 키웠다면 아마 이 정도도 못했을 것이다. 출장 등으로 집에 부재하거나 출근 준비로 바빠서 잊어버리고 나가면, 엄마가 물을 주었고, 식물등(LED)을 키고 꺼주셨다. 엄마의 지분이 80%이지 않을까 싶다. 내 가드닝에 함께 동참하는 엄마께 감사를 드린다. 

 

 삶이 항상 신나고 즐거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움과 부딛히면 헤쳐나가야 한다는 것을 안다는 것과 그것을 경험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 또한 안다. 고통과 위기는 기회여서 축복이라고 하는데 그건 '고통과 위기를 극복하고 지나고 돌아보니 기회였었다'라고 하는 것이지, 현재의 고통과 위기는 그저 험난 험난할 뿐이다. (있다. 가끔, 위기를 도전적으로 헤쳐나가시는 분들, 이건 기회다! 하면서,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시는 분들.)

 

 2024년 언제나 다름 없이 시작한 한 해 같았지만, 내 심연은 머루에 먹물을 갈아 붓듯 시작하였다. 누가 먹을 준것도 아니고 혼자 구해서 혼자 갈고, 혼자 붓고, 혼자 심연의 먹물에 잠겨있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문득 오늘 이브(네모필라 새싹) 주변에 놓아둔 식물들을 바라보았다. 오팔바질새싹(보라색바질), 말라비틀어진 다육이염좌(다육이), 아직도 휴지발아중인 임파첸스... 그리고 생각했다.

 아, 왜 나는 나로서 있지 않으려고 했을까

 애초에 바질은 바질이었고, 다육이는 다육이었는데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나에게 필요한 햇빛과 물, 양분이 충분한 환경 안에서 나로서 성장해야하는 것이었을 텐데 왜 나와 전혀 다른 종(타인)을 두고 나를 그 틀안에 가두었을까, 아마도 그건 내가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타인을 기준으로 두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바질에게 다육이처럼 자라줘와 같이. (정말 허무맹랑한 이야기인데, 스스로 나에게 하고 있었던거 같다.)

 

 내가 해야할 것은 나에게 맞는 환경을 찾아서 그 환경 속에서 건강하게 나로서 성장하는 것,

식물과 다름이 있다면, 인간이기에 내 스스로 나에게 맞는 환경을 찾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이지 않을까 싶다.

 

이브 새싹
이브새싹
이브 (2024.01.15)

 

펠렛 이브
펠렛 이브 (껍데기는 9일날 제거했다. 알아서 떨어질 줄 알았는데... 진작에 제거했어야 했다.)
펠렛 이브

 

 2024년 용의해 1월 절반이 지났습니다.

남은 1월의 절반, 올 한해도 그로로님들 개개인의 멋진 다양성으로서 성장하시길 기대하며, 앞으로의 그로로님들의 여정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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