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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질 첫 번째 분갈이 성공!
파초청녀22. 10. 18 · 읽음 727

나를 베란다 화원으로 처음 이끈 바질은 한 번의 분갈이 이후 아주 쑥쑥 크고 있다. 조만간 더 큰 화분에 분갈이를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할 정도이다.

 

사진보다 실물이 더 큰데, 사진만 찍으면 아담해 보이는 우리 바질. 분갈이도 해주고 다 큰 잎사귀들은 따주어야 더 잘 큰다는데, 분갈이도 엄두가 안 나고 잎을 따는 건 더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조만간 용기를 내보려 한다. 바질씨앗을 본 적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정말 사람 몸에 있는 "점"만하다. 그 점이 싹을 틔우고 이렇게 크다니 보면 볼수록 신기할 따름이다. 인터넷에 바질 키우를 검색해보니 내가 큰 화분에 분갈이를 했으면 진짜 나무처럼 쑥쑥 큰다는데, 사실 마음 한편 너무 그렇게 커지면 아직 마음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식물 울렁증"이 되살아날까 봐 선뜻 안 내킨다. 지금의 모습이 아담하니 딱 예쁜데. 그래도 너를 위해서는 분갈이를 해야겠지.

 

그리고 바질 옆에 객식구도 한 명 늘었다. 아직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는 이 식물은 아무것도 심지 않은 채 흙만 있던 화분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다. 화분 한편에서 고개를 쑥 내밀더니 쑥쑥 크기 시작한 이 식물. 뽑아버릴까 하다 이렇게 만난것도 이 아이와 나의 인연이려니 싶어 작은 화분으로 옮겨주었다. 옮기면서 죽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상태 유지 중이다. 그런데 요새 어째 한쪽으로 기우는 게..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몇주 전, 강사 양성과정 수업을 들으며 첫 실습에 "생명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 듦이라면"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강의 말미에 "저는 이제, 화분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저에게 누군가 '너도 이제 늙는구나~'라고 말한다 하더라도 나이 듦에 집중하여 좌절하지 않고 받아들이려 합니다. 생명을 받아들이는 나이 듦! 멋있지 않나요?"라고 했었다. 그런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멋있지만은 않다. 말을 하지 않고 움직임도 없는 생명체도 생명이기에 키우는 과정에서 오는 기쁨과 슬픔을 다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원래의 나로 돌아가버릴까, 하는 생각도 든다. 화분을 다 치워버리고 누가 생화를 선물해도 진저리를 치던 나의 모습으로. 그러면 벌레도 안 봐도 되고, 죽을까 살까 동동거리지 않아도 되고, 언젠가 다가올 이별에 마음 아파하지 않아도 되니까. 하지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 손길에 천천히 그리고 끈질기게 살아남은 식물들을 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아 본다.


"너희가 생명이 다하여 소멸될 때까지는 나와 함께하자. 지금처럼 꿋꿋하게 살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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