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작년 3월에 우리 가족이 되었어요. 우리 집 아이들이 유치원, 초등 저학년이던 시절에 사슴벌레, 열대어 친구들과 살았었고, 재작년 햄스터 가족이 되었어요. 첫 햄스터 가족은 ‘펄 햄스터’인 '찌득'인데 슬프게도 갑작스레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두 번째 햄스터 가족인 ‘라떼’는 중동 사막에 사는 ‘시리안 햄스터’ 혹은 ‘골든 햄스터'이고요, 연한 베이지색 바탕에 흰색 띠를 두른 듯한 털을 가져서 '크림 밴디드'로 분류될 수 있다고 하네요.
처음부터 햄스터 족보를 자세히 알았던 건 아니에요. 햄스터 샵에서 햄스터를 입양할 때 간단한 설명을 들었고요, 햄스터 집사들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김정희 수의사의 ‘햄스터’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지요.
햄스터가 ‘비단털쥣과’에 속한다는 걸 아세요? 라떼가 부지런히 손질해서인지 라떼의 털은 참 가지런하고 보송해 보여요. 저는 어릴 적부터 쥐를 무서워해서 지금껏 라떼를 만져본 적이 없지만, 아이들은 매일 만져보면서 털이 참 부드러워요, 엄마도 만져보면 좋아할 걸요, 말하네요.
라떼는 오른볼잡이에요. 햄스터는 볼주머니에 먹이를 넣고 자기 은신처로 돌아가서 먹이를 꺼내어 먹거나 저장하거든요. 라떼는 주로 오른 볼주머니에 먹이를 넣어요.
라떼가 좋아하는 음식은 해바라기씨, 건조두부, 루핀시드, 그리고 향기로운 꽃과 건초예요. 다른 햄스터들은 말린 밀웜(벌레)을 좋아한다던데, 라떼 집에서는 찬밥 신세예요.
저녁에 일어나 식사 중인 라떼. 중년이라 털숱이 조금 줄었어요.
길고 튼튼한 앞니 네 개가 훤히 드러나도록, 라떼가 입을 크게 벌려 하품하면 우리는 행복해집니다. 유연한 몸을 날씬하게 만들면서 기지개를 켜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요. 햄스터가 아주 편안할 때 하는 행동들이라고 하니까요.
라떼는 모두가 잠든 밤, 침실에 톱밥을 더 쌓아서 편안하게 꾸미거나, 사막에서 먹이 찾던 본능대로 쳇바퀴를 타고, 먹이방에 묻어둔 알곡을 꺼내 먹기도 하면서 하루를 보내요. 매일 저녁 먹이그릇과 물통을 씻고 새로 채워주면서, 오늘도 잘 놀아, 말해주지요.
라떼는 이번 달로 태어난 지 19개월이 되었어요. 사람 수명이 80세, 햄스터 수명이 2년 4개월이라고 가정할 때, 라떼는 쉰네 살이에요. 손가락 네 마디만 했던 아기 때에는 분명 막내였는데, 이제는 우리 집의 가장 어르신이 된 거예요. 라떼의 생체시계가 우리 것보다 수십 배가 빠르니, 하루하루가 아쉽습니다.
지영민
건강한 삶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나누고픈 지영민입니다. 그림책 도서관을 운영하는 할머니 작가가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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