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스터에 대한 오해 - 목욕과 바깥 산책이 필수라고요?
지영민24. 01. 29 · 읽음 564

  '쥐'라고 하면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질겁을 했다. 아마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아기 때, 쥐와 안 좋았던 기억이 무의식에 자리 잡았나 보다. '국민학생' 때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햄스터를 만져보라는 강권에, 애써 미소 지으며 손은 등 뒤로 감췄다.

 

  2년 남짓 햄스터 두 마리를 연이어 키우다 보니, 어느새 햄스터 사진이 실린 책장을 아무렇지 않게 넘기고 있었다. 이제는 라떼가 간식 먹는 영상을 회사 동료들에게 자랑하는 '애(愛) 햄인'이 되었다.

 

  "목욕을 매일 시키나 봐. 털이 아주 반들거리네."

  "아뇨. 햄스터는 자기가 알아서 털을 골라요. 물 목욕 잘못 시켰다가, 되려 병 걸릴 수도 있대요."

  "어머머, 그래에?"

 

  햄스터는 기특하게 혼자서도 잘 씻는다. 첫 번째 햄스터 찌득이는 모래 목욕을 참 좋아했다. 목욕통 밖으로 모래가 튈 만큼 정열적으로 뒹굴면서 몸을 씻었다. 물이나 세제 한 방울 묻히지 않고도, 이물질이나 작은 벌레 따위를 말끔히 떼어내고 털을 윤기 나게 관리하는 재주가 있었다.

 

  '윈터 화이트 펄 햄스터' 찌득이보다 몸집이 큰, '골든 햄스터' 라떼에게는 더 큰 목욕통이 필요했다. 찌득이처럼 목욕을 좋아하겠거니 생각하고, 라떼가 모래에 몸을 비벼대기 적당한 크기의 새 목욕통, 그리고 사막에서 공수했다는 모래 한 봉지를 샀다.

 

  라떼는 핸섬한 외모로 위장했지만 목욕을 싫어하는 남자였다. 처음에는 목욕통 바닥이 긁힐 정도로 모래를 파 대더니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자 목욕통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맛있는 간식을 목욕통 입구에 놓아두거나 좋아하는 꽃잎을 목욕통 안에 넣어 두어도 별 소용이 없었다. 이따금 목욕통에 넣어주면 잠시 앉아 있거나 졸다가 밖으로 나왔다.

 

  라떼는 모래 목욕 대신 침 바른 앞발로 정성스레 세수를 하고 뒷발로 등과 배를 박박 비비며 털을 정리한다. 라떼의 목욕 취향을 존중하기로 했다. 모래목욕이든 털 고르기(Grooming)든, 햄스터는 자기관리에 능한 친구다.

 

  야생을 누비고 다니는 자연상태에서는 발톱을 따로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 사육장 안에 생활할 때에도 두툼하게 깔린 톱밥 위를 걷거나 목재 구조물을 수시로 오르내린다면 발톱은 자연스럽게 갈려 나간다. 그러나 환경이 적절하지 못하거나 노화로 활동량이 줄어들었다면, 발톱이 너무 길지 않은지 살펴봐 주어야 한단다.

 

  우리는 진흙을 구워 만든 터널을 은신처 출구에 연결해 두어서, 물이나 먹이를 먹거나 쳇바퀴를 타러 나올 때 터널 안을 걸으면서 라떼의 발톱이 자연스레 깎여나가도록 했다. 햄스터 주치의 선생님께서 매달 라떼의 몸 곳곳을 살펴봐 주시는데, 발톱을 다듬어야 했던 적은 없었다.

 

  고양이를 산책시키는 것에 의견이 분분하다. 고양이 집사가 아니기에 여기에 의견을 보태기는 어렵지만, 햄스터 산책에 대해서는 한 마디하고 싶다.

 

  친한 후배가 어릴 적 햄스터를 키웠는데 그 아이와 갑작스레 이별을 했단다. 후배 아빠가 햄스터를 마당 화단에 풀어주고 놀게 하던 참이었다.

  "이것 봐, 얘가 아주 좋아하네. 좁은 우리에서 얼마나 답답......"

  아빠가 말을 끝 마치기도 전에 고양이가 햄스터를 물어가 버렸다. 후배는 너무 놀라서 울지도 못했다고 한다.

 


  햄스터는 정말 연약한 생명체다. 이들은 먹이사슬 가장 아래 있어서, 밝은 낮 시간을 놔두고 부러 깜깜한 밤중에 청각과 후각을 총동원해서 먹이를 찾는다.

 


  햄스터가 되어 외출하는 상상을 해 보자. 문 밖에는 나보다 덩치가 큰 비둘기, 고양이, 강아지가 득실거린다. 이 인간은 무슨 생각인지 자기 주머니에 나를 넣고 밖을 나서며 싱글벙글하는데, 나는 불안이 극에 달해서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 종종 햄스터를 손에 쥐거나 주머니에 넣고 외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행동은 인간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지 햄스터를 위한 것이 아니다. 햄스터에게 외출이나 산책은 실외가 아니라 실내이면 충분하다. 햄스터 집에서 꺼내 닫힌 공간에서 장난감 등을 갖고 놀게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 김정희, 『햄스터』, 책공장더불어, 2014, p. 161.  

 

  실내 산책을 시킬 때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다른 반려동물과 분리되어 있어야 하고, 탈출하지 않도록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라떼는 두 번이나 도망친 적이 있다. 아기였을 때 자기 키보다 4~5배 높은 사육장 밖으로 탈출했고, 사육장 청소하는 동안 작은 이동장에 넣어두었는데 뚜껑을 열고 도망쳤다. 집안 환경은 우리에게는 안전하지만, 작은 생명체에게는 위험천만하다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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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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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나누고픈 지영민입니다. 그림책 도서관을 운영하는 할머니 작가가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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