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고동락하는 식물
빨간머리앤24. 01. 30 · 읽음 106

함께 살면서 동고동락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식물 역시 혼자이기 보다 함께 사는 것이 좋은가 보다. 굳이 모아심기를 하지 않았어도 이들은 함께 짝궁을 이루고 팀으로 이뤄 내게 자신들의 조합이 어떤지를 묻고 있는 것만 같다. 

 

 

특히 가고소 앵초는 씨앗이 작아서인지  바람결에  날아서 이웃 화분에 마실을 간다. 놀다보니 재미 있었던지  그냥 눌러앉는 모양인데,  마치 연리목처럼 그들은 하나가 된 것 같다.  아래 화분은 가고소 앵초와 풍접초가 함께 

멋진 폼을 자랑하고 있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해주어서  어렵지 않게 화보 촬영을 하며 나 역시 신이 난다.

 

 

꽃마리도 외로웠던지 식구를 들였다. 봄철이면 꽃마리가 바닥에 다닥다닥 붙어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서 보면 꽃이 너무 작아서 꽃처럼 여겨지지도 않는다. 앉아서 자세히 보아야 네가 꽃이구나! 싶을 정도다. 요 녀석은 야생화인데 어떻게 우리 집에 오게 되었을까. 꽃마리는 엄연히 야생화이긴 하지만 사람들은 풀로 생각한다. 그리니 꽃마리 화분을 판매하는 곳은 없는 만큼  구입했을 리도 없다. 요 녀석이 우리집에 입주한 내력은 영영 알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꽃마리는 이미 우리 집 베란다 정원의 식구이다. 흔적도 없다가도 봄이 되면 어떤 화분에서 마법같이 툭 튀어나오며. '나 여기 있지'하고 나를 놀라킨다.  하트모양의 잎이 옹기종기 모여 수다를 떠는 소리를 들으면 으레 눈이 안 갈 수가 없다. 그래서 항상 눈으로 꽃마리에게 문안 인사를 한다. 그런데 어느날 옆에  모르는 친구 녀석을 데리고 있지 않은가.  그 녀석이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옆으로 비스듬히 쏟아지듯 앉는 모양새가 웃음이 나오게 한다. 그래서 . 밉상은 아니다 싶어 그 녀석과 말을 섞어본다. 어린 녀석의 귀여움에  빠져본다.

 

평소 나는 주변을 산책하다가 또는 지인 집을 놀려가서 우연히 씨앗을 채종하는 기쁨을 얻는다. 기대하지 않았던 채종 성공에 뛸 둣이 기뻐하는 나를 보며, '그게 그렇게 좋아. 그런 것에 좋아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나를 한심하게 생각한다해도 철이 없다고 혀를 찬다해도 그 무엇과 바뀔 수 없는 기쁨이다.  나는 아주 명쾌하게 그런 지인들에게 '그럼 좋지, 싫으면 하겠어' 라고 말하며 웃음을 덤으로 주곤 한다.

 

아마도 꽃마리 옆에 있는 녀석은 내가  씨앗을 심어서 난 녀석인 것 같다. 하지만 무얼 심었는지 알 수 없어  그 녀석의 이름을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내가 이름을 모르는 것에 대해 아직 투정을 부리진  않을까 싶기도 한데, 어쨌든 녀석이  투정을 부리기 전에  후딱 별명이라도 짓어주어야겠다. 마땅한 별명이 뭐가 있을까. 참신한 별명이 떠오르지 않는다.  일단 꽃마리 친구녀석 정도로 하고, 화창한 날에 녀석의 별명을 힘껏 불러주려면 서둘러 별명을 짓긴 해야겠다. 

 

이웃님들 함께 별명 짓어줍시다!.

 

                                                                         꽃마리 옆에 누구니?  너도 참 귀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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