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내레이션 #2.
약하다는 것은
너는 진짜 유리 멘탈이야.
당신이 보는 나는 연하고 하염없이 나약한 사람이다.
유리처럼 금이 가고 산산조각이 난다. 산산조각난 것들을 모으고 모아 한 데 붙이는 데 진이 빠진다. 뒤죽박죽이다. 본래 있던 자리는 잊은지 오래, 그 자리 따위 중요치 않아진지 오래이다. 그저 조각 조각 흘러내리기까지 최대한 오랜 시간이 걸리도록 단단히 끼우고, 붙이고,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느낀다.
나의 조각난 날카로운 모서리가 당신을 향할 때 나는 약하다.
날카로운 모서리끼리 갈고 붙여 당신이 볼 수 없도록, 그래서 투명하고 매끈한 면만 보일 때 나는 강하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본다. 마치 롱샷 롱테이크로 찍은 영화처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무엇을 봐야할지 모르게 모든 것들을 본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듣는다. 마치 흡음제로 도배된 녹음실처럼 세상의 모든 소리가 내 안으로 들어오는 듯하다. 나는 너무 많은 맛을 느끼고, 온갖 냄새를 맡고, 나를 둘러싼 수많은 것을 내 피부로 느낀다. 당신이 보지 못 한것을 보았으며, 듣지 못한 것을 듣고, 미처 알지 못 하고 지나가는 그런 것들을 지각한다.
내가 느끼는 그 모든 것이 나를 지치게 만들고, 진이 빠지게 하고, 나를 연약하게 만든다.
내가 느끼는 그 모든 것이 나를 가슴 뛰게 만들고, 움직이게 하고, 나를 강하게 만든다.
유리같은 나를 만드는 스펀지 같은 내가 마음에 들고, 마음이 쓰이고, 마음을 쓰고 싶다.
누구보다 약한 내가 누군가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음에, 누구보다 강한 내가 다정할 수 있음에.
soboro
사진과 글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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