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야기하는늑대24. 02. 03 · 읽음 4,687

 유명한 말인데 싫어하는 말 중에 하나다. 애초에 성립이 안 되는 말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즐길 수 있으면 피할 일이 있나? 즐길 수 없는 일이니까 피하려고 하는 거다. 사람 삶이라는 게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데 그중에 즐길 수 있는 일과 그렇지 못한 일이 있을 것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다른 표현을 빌자면 즐거운 일과 즐겁지 않은 고통스러운 일 정도로 볼 수도 있을 것이고 여러 가지 표현을 빌려 이야기할 수 있다. 재미있는 일과 재미없는 일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세상 일, 늘 언제나 항상 즐길 수 있고 또한 즐겁고 재미있을 수는 없다. 그 반대인 즐기기 어려운 일, 고통스러운 일 그리고 재미없는 일도 수두룩 빽빽이다. 그게 세상이다.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일 정도로 생각해도 된다. 혹은 조금 더 넓게 이야기하면 긍정과 부정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고 결과론적으로 접근하면 성공과 실패로 이야기할 수도 있다.

 

 

 

 더 근본적으로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좋은 것과 싫은 것 정도로 대충 이해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이런 것들이 혼재해 있는 곳이 세상이다. 그리고 분명한 건 좋은 쪽뿐만 아니라 싫은 혹은 나쁜 쪽도 세상을 이루는 구성 요소라는 점이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다. 뭐 대충 이런 뉘앙스로 보면 된다.

 

 

 

 그런데 우린 가끔 아니 너무 자주 싫은, 나쁜, 고통스러운, 하기 싫은, 재미없는... 등등의 부정적인 개념을 외면하려는 경향이 있다. 더 쉽게 이야기하면 모든 사람은 개개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만 있으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가 못하다. 그럴 수가 없다. 원래 그렇게 장단과 강약을 모두 갖고 있는 게 정상이다. 아마 보통의 사람은 장점이 10가지면 단점도 10가지 일 것이다.

 

 

 

 이 세상은 좋은 것과 나쁜 것들이 아마 거의 확실하게 반반을 이루고 있을 것이다. 치킨은 그렇게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을 좋아하면서 너무나도 당연하게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반반 갈려 있는 세상은 왜 그리 인정하려 하지 않는 건지 의문이다. 물론 나쁜 걸 굳이 애써 들여다볼 필요는 없다. 없앨 수만 있다면 없애버리고도 싶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그럴 수 없다. 왜? 애석하게도 나쁜 것들도 세상을 이루는 구성요소니까. 신이 있다면 도대체 왜 모두가 싫어하는 나쁜 것들을 좋은 것들과 함께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케 했는지 묻고 싶지만 세상은 이미 그렇게 생겨 먹어 버렸다. 다시 한번 신이 있다면 신이 의도한 건지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에 와서는 신도 어쩌지 못하는 거 같다.

 

 

 

 혹시 나쁜 것들을 어쩌지 못해 헤매는 인간들의 모습이 재미있어 그냥 두는 건가? 아... 그럼 조금 짜증 나는데, 뭐 어쩌겠는가. 한낱 인간 따위가 위대하고 고매하신 신의 섭리에 도전할 순 없는 노릇이니 참아야지. 영화나 드라마 같은 거 보면 인간은 ‘자유의지’라는 선물 그러니까 틀에 구애받지 않고 지 멋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을 신으로부터 부여받았다고 하는데 한 번 도전해 볼까? 아니 됐다. 오늘 당장 해야 될 일도 당당하게 내일로 미루는 주제에 양심이 있다면 신에게 그런 식으로 덤비면 씨알도 안 먹힐 거 같으니 포기해야겠다.

 

 

 

 여하튼 상당히 삼천포로 빠졌는데 우린 좋은 것과 나쁜 것들로 이루어진 이 세상 속에서 너무나도 좋은 것들만 보려고 좋은 것들만 인정하려고 나쁜 것들은 외면하려고 나쁜 것들은 냄새나는 똥인 것처럼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나의 장 건강을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내가 싼 냄새나는 똥을 똑바로 바라보는 거다!

 

 

 

 다시 말해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같은 말은 이런 나쁜 것들, 부정적인 것들, 싫은 것들을 외면하자, 애써 부인하자고 하는 말 같아 싫다. 피할 수 없는, 즐길 수 없는, 고통스러운, 싫은, 나쁜 것들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 한다. 그게 맞다. 단, 정말 피할 수 없다면 어쩌면 내 삶에 정말 필요한 걸 수도 있으니 바르게 정면으로 바라보고 부딪히고 버티고 이겨내야 하는 대상이거나 일로 이해하는 게 맞다.

 

 

 

 한편으론 나이브 naive 한 이런 표현들이 무책임해 보이기도 한다. 좋은 말이라고 아니 좋아 보이는 말이라고 상대에게 아무렇지 않게 조언 혹은 위로랍시고 많이들 떠벌리는데 묻고 싶다. 그렇게 말하는 본인은 피할 수 없는 것들을 즐기고 있는지? 차라리 왜 피할 수 없는 건지 그리고 왜 피하면 안 되는 건지 명확하게 설명해 주고 즐겁진 않겠지만 같이 한 번 버텨 보자. 뭐 이런 표현이 더 나은 게 아닌가 한다.

 

 

 

 물론 어떤 의도로 말하는 건지는 대충 알 것 같다. 피할 수 없는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무언가를 찾고 바라보며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라는 의미일 텐데, 다시 이야기하지만 즐길 수 있는 일이었다면 피하지 않았을 것이다. 즐길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피하려고 하는 사람 멱살을 붙잡고 피할 수 없으면 즐겨 봐 하고 밀어 넣으면 퍽이나 잘 즐길 것 같다.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그럴수록 더더욱 명확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즐길 수 없는 상황이지만 피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될 필요는 있다. 그러니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 버티고 이겨내 보자! 이게 맞는 것 같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말고 버티고 이겨 내라!(전제 조건으로 피할 수 있다면, 피해도 무방하다면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때론 포기하는 것도 도망가는 것도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다. 저 유명한 싸움을 하는 36가지 계책 중에 마지막이 냅다 도망가는 줄행랑이라는 점을 우린 자꾸 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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