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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장점 없는 물꽂이
구이일24. 02. 08 · 읽음 338
새 식구 필로덴드론 제나두, 아리움은 이제 막 집에 적응하는 중이다.
물도 넉넉히 줘야 하고 잎도 좀 쳐내야 하는데 이사하느라 몸살을 앓을까 며칠 그냥 두고 보았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가지치기를 단행했다.
워낙 잎이 풍성하니 조금이라도 비실한 잎은 가차없이 뜯었다.
목질화된 줄기에서 여린 줄기가 똑똑 잘 떨어진다. 아삭한 샐러리가 떠오르는 소리다.
샐러리가 떠오른 건 향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지난번 이사 통에도, 잎을 뜯어낸 오늘도 아리움은 특유의 향기를 뿜는다. 아프다는 신호겠지만은 맡기 좋은 풀향이다.
뜯어낸 잎은 어째야 하나 고민하다가 화병에 꽂는다.
가만 생각해보니 생장점이 없는 줄기에서 새로 뿌리가 날 리가 없다.
올해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많은 실패를 겼었다.
더 실패하면 한도 초과야,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도전했지만 실패한 일도 있었다.
어쩌면 생장점 없는 줄기를 물꽂이하고 뿌리가 나기를 기다렸던 것은 아닐까 반성해본다.
그래도 물에 꽂아 두면 조금 더 오래 볼 수는 있겠지. 애인은 '많이 실패했다는 건 그만큼 많이 도전했다는 뜻'이라며 위로했다.
그래, 다음에는 생장점을 잘 찾으면 되는 것 아니겠어? 남은 한 해는 작은 성공들으로 빼곡히채울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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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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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차 도시 농부이자 글쓰는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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