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안 했다, 라는 거짓말을 했다. 사실 정말 많은 걸 한 것이다.
뭘 했냐면 분갈이와 분갈이와 흙이 흩어진 상과 바닥을 쓸고 닦았다. 화분 두 개를 더 큰 화분으로 옮겨심었지. 그러고는 방 청소를 많이 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오래 걸렸으니까 많이 한 게 맞을 거다.
그러고 나서는 트롤리 새로 산 거를 조립했고 책들을 옮겨 담으려 했는데 바드득 소리가 났다. 이윽고 소리가 더 들려왔다. 바퀴 네 개가 다 부러진 채 방바닥에 널브러진 것이다. 절망했다. 내 바퀴… 절망했다. 새로 산 트롤리.
엄마가 옆에서 말씀하신다. 얄궂은 거 사니까 그렇지, 다른 거 괜찮은 거 사줄게, 하시면서 옮겨 담는 내 책 밑 표지가 구겨지는 게 눈에 보였다.
나는 결국 한참 꿍얼거리며 엄마한테 투덜거렸다. 엄마가 방을 나선 후 그동안 내가 조심조심 다루던 책의 꾸겨진 표지를 한참 쓰다듬다가 방문을 나서니 아빠는 울었냐고 장난치시는데 안 울었다. 코만 훌쩍이고 있다. 엄마는 트롤리 사주신다며 나는 지금까지 엄마가 깨거나 구겼던 내 애장품들이나 이쁜 컵, 식물나라로 보내신 새싹들을 나열했다. 얼마 전에도 내 새 모양 차 우려내는 도자기, 그거 하나밖에 없는데 깨셨다.
엄마는 사고뭉치야. 내가 산 이쁜 컵만 깨.
울지는 않았는데 조금 울적해서 한숨 쉬다가 정신 차리니 10시를 지나고 있다. 오늘 글을 쓰기 싫었는데 좋으나 싫으나 엄마는 오늘도 내게 소재거리를 던져주신다. 고마워해야겠지만 어쩐지 흐린 눈을 할 수밖에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릴랴
자기가 쓰고싶은 글을 쓸 뿐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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