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로 서포터즈인 새싹단 식물멘토로서
작년말부터 지금까지 몇 달간 활동하면서 작성해왔던 Q&A의 답변들 중,
아마도 절반 정도는 분갈이를 권유해드렸던것 같습니다.
분갈이라는 것이 참...
은근 귀찮은 과정이지요(ㅋㅋㅋㅋ)
준비물도 여러개 필요하고
아무리 깔끔하게 해보려해도
결국 흙이 여기저기 튀고...
그래도 결과만큼은 뿌듯하긴 하지요.
현재 저는 마이리틀가든과 그로로팟 두가지를 동시 진행중이라 그런지
최근들어 몇주간은 일주일에 한번씩은 분갈이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이리틀가든은 틔운 미니에서 키우고 있긴 하지만
혹시라도 발아가 안될 경우를 대비해서
예비 씨앗들을 지피펠렛에 추가로 더 키우고 있었거든요.
틔운 미니에서 어째 성장이 더딘 녀석들과
지피펠렛에서 쑥쑥 크던 녀석들을 바꿔치기하는 과정에서
지피펠렛은 결국 임시거처였기에
널찍한 토분으로 또 이사시켜주느라
요즘들어 매주 흙과의 씨름시간이 반복되었던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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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분갈이 주인공은 이 아이들,
금어초 새싹 두 친구들입니다.
나름 여러갈래의 줄기도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고
지피펠렛을 탈출중인 잔뿌리들도 여기저기 보이는데다가
물에 녹조현상까지 나타나는걸 보니
이래저래 이번주에도 저는 분갈이를 해야만 했습니다...(휴우)
때마침_ 이라고 하기엔 좀 미안하지만
여유롭게 생활하라고 널찍한 토분에 식재해주었던
리톱스들 중 두 녀석이 초록별을 간김에
남은 녀석들을 한 곳에 몰아넣은 다음,
빈 화분에 바로 심어주기로 했습니다.
...나름 시간절약을 꾀했지요.
미니 스푼으로 살살살 리톱스 주변을 파헤쳐준후에
조심조심 쏘옥 빼내주었습니다.
짜잔_
무리지어 있으니 더욱 근사해보이는군요(합리화)
자아_
이제 드디어 빈 화분에 금어초 이사를 진행해보겠습니다.
그로로팟 패키지에 있던 상토를 탈탈 털어서 넣어주었습니다.
아참...
마침 집에 신문지가 다 떨어져서
저는 무려 맨바닥에서 분갈이를 하게 되었답니다(하하;;)
신문지 깔고 해도 흙이 이곳저곳에 튀는데........
일단 기왕 시작한것,
스트레스 받지 말고 얼렁 진행해야겠습니다.
금어초 두 친구를 뽀송한 흙에 쏙쏙 심어준 후,
위에 흙넘침 방지용으로 마사토를 살포시 얹어주겠습니다.
짜잔_
컬러감을 위해서 하이드로볼 몇개도 휘리릭 던져놓고나니 아주 순식간에 분갈이가 끝이 났습니다(!)
다시 틔운 미니 앞에 딱 자리잡아 놓으니
그저 뿌듯하네요.
이제 마지막 순서를 남겨두고
먼저 흙투성이가 된 바닥을 휘리릭 치워낸 후
컵에 물을 떠오고 있는데,
오늘도 불청객 어린이가 나타났습니다.
분갈이하는동안 어째 조용하다 했는데
막판에 엄마가 잘 마무리했나 점검하러 왔나봅니다.
나름 지금껏 봐온 것이 있는지
식집사 아들답게 스포이드를 야무지게 잡고는
물을 첨벙첨벙하며 그럴싸한 흉내를 내고 있습니다.
언젠가 스포이드 사용법을 익혀내준다면
제가 원예활동 중에 가장 좋아하는 물주기를
순순히 양보할 생각도 조금쯤은 있습니다.
슬슬 물장난이 심해져서 못하게 했더니
베이비 전용 치트키인 뿌앵을 시전해버렸습니다.
세상 서러워 보이지만 어째 아기들은 우는 모습도 귀엽...ㅋㅋㅋ
흙바닥을 얼렁 정리하길 잘했습니다.
바닥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꺼이꺼이 웁니다.
잠깐 안아줘서 진정시키고 내려놨더니
뚱한 표정과 더불어 아쉬움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물컵과 스포이드를 빤히 바라보더니
순식간에 옆에 있던 구갑룡의 머리끄댕이(?!)를 잡아채고는 살살 흔들더니 도망가버리는군요(ㅋㅋ)
너 현장범이야.
증거사진까지 있다.
그로로팟을 진행중이신 다른 분들을 보면
벌써 꽃망울을 퐝퐝 터트리고 계시던데
어째 저는 여전히 파릇파릇한지요...
아쉽긴하지만 비교하는 마음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육아를 시작하기 전부터 제가 결심했던 것 한가지가 바로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말자_ 였습니다.
식물만 해도 다른 식집사분들과 비교하며 초조해하고 안타까워하게되니 말이지요..ㅎㅎ
사실 다른 또래 개월수의 아기들보다 조금씩 느린 편인 우리 아기에게 못난 엄마가 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더더욱 반성하고 노력하는 엄마가 되도록 재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식물은 정말이지 저에게 여러모로 가르침을 주는,
거참 여러모로 고마운 존재인것 같습니다.
무려 싹이 나주었고
조금은 느리지만 딱히 아픈 곳 없이
무럭무럭 잘 자라나주고 있으니
저도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현재를 만끽해볼까 합니다.
언젠가는 우리집 화분에도 올망졸망한 꽃망울이 피어날 것이고,
저는 꽃망울을 인증하러 후다다닥 씬나게 달려오겠지요.
당연한 소리와 함께 오늘의 분갈이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URang
취미가 직업이 되어버린 식집사이자 식물공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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