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내가 그 부부를 처음 만난 것은 12년 전 여름 삼청동에서였다.
나는 수많은 친구들과 함께 삼청동에 있는 꽃 가게에 살았다. 꽃 가게에서의 일상은 단조로웠다.
아침 일찍 선물용 묘목으로 포장된 후 한껏 초록 잎을 빤짝거리며 주인을 기다린다.
그리고 운명의 주인을 만나 꽃 가게를 떠나는 것이다. 막연히 좋은 주인을 만나 두 번째 삶이 더 풍요롭고 행복하기를 꿈꾸면서 말이다.
두 번째 삶에 대해서는 소문만 무성할 뿐 아무도 실체를 알 수는 없었다.
누구는 정말 좋은 집에 들어가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호화로운 삶을 살았더라... 누구는 팔려간 지 한 달 만에 쓰레기통에 버려져 비참한 생애를 마감했다더라.... 하는 소문들에 우리의 가장 큰 화두는 언제나 '어떻게 하면 좋은 주인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매일 두 부류로 나뉘어 서로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했다. 하나는 운명론자들 ㅡ 그러니까 어차피 어떤 주인을 만날지 정해져 있으니 그냥 하루하루 흥청망청 살아가자 ㅡ 이었고, 다른 하나는 개척론자들 ㅡ 내가 조금이라도 노력한다면 내 운명은 스스로 내가 만들어갈 수 있다 ㅡ이었다.
물론, 나는 후자에 가까웠다.
***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이었다.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나뭇잎에 힘을 가득 주고 최대한 건강한 모습으로 밝게 웃음 지으며 초록미를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운명적으로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새롭게 브랜드를 론칭하는 젊은 부부의 쇼케이스에 초대를 받았다며 화분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꽃 가게 주인은 "녹보수"가 행운과 재물을 주는 의미가 있다며 나를 추천해 그녀에게 주었다.
ㅡ여기에서 바로 나의 노력이 빛을 발휘한 것이다. 나는 평소부터 항상 꽃 가게 주인에게 건강하고 멋진 모습으로 안부 인사를 해왔기 때문에 주인은 나를 예뻐했고 녹보수를 찾는 고객이 나타나면 나를 일 순위로 소개하기로 암암리에 우리는 약속이 되어 있었다! 역시 운명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야!! ㅡ
아무튼, 그녀는 나를 대리고 고즈넉한 삼청동 마을을 지나 여기로 들어갔다. 브랜드 쇼케이스라고 하기에는 조금 소박한 느낌도 있었지만 그래도 뭔가 편안하면서도 기분 좋은 곳이었다.
들어가 보니 이미 사람들이 많이 와 있었고,
그녀는 반가운 인사와 함께 나를 젊은 부부에게 선물했다.
쇼케이스는 조용하지만 분주하게 진행되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재즈 음악, 그리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
인간들의 기준으로 쇼케이스가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날의 그 자리에는 좋은 기운과 에너지, 그리고 사람들의 행복으로 가득했다.
사실 나는 쇼케이스 보다 앞으로 나의 두 번째 인생을 함께 할 젊은 부부에 대해 더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나는 그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저녁이 되어 나는 다른 선물들과 함께 부부의 집으로 가게 되었다.
부부의 집은 좁았지만 포근했고, 따뜻한 말과 사랑 오고 가는 그런 곳이었다. 나는 긴장이 풀렸는지 집에 오자마자 잠자리에 들었다.
두번째 삶이 어떻게 시작될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 같았다.
아니 좋은 사람들이 분명하다며 나 자신을 세뇌시키고 안심하고 싶었다.
부부는 어떤 사람들일까?
그리고 앞으로 우리에게는 어떤 인생이 펼쳐질까?
다음편에 계속 됩니다>>
Co2n
Husband, Storyteller and Trav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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