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세는 완벽해를 들어서
릴랴24. 02. 21 · 읽음 28

 

 

나도 알아. 그래서 적당히 유명해지고 싶어,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나머지는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항상 그랬어. 빚이 없고 맛있는 거 가끔 사 먹고 사고 싶은 거 적당히 살 수 있고 필요한 데에 쓰는 돈에 망설이지 않을 만큼이야. 왜 유명해지고 싶냐고? 사실은 유명해지고 싶지도 않았어, 원래는. 그런데 유명해진다는 건 인지도더라. 인지도가 있어야 조금이라도 더 쉽게 돈을 번다는 걸 알았어. 눈에 띄어야 하더라. 그게 돈과 연결되더라. 마케팅과 포장과 시선을 조금이라도 더 붙들어놓으려고 하는 게 왜 그러겠어. 그게 바로 돈이니까.

 

 

나는 내 나이에 할 수 있을만한 사치를 이미 해봤어. 즐거웠지만 그게 끝나고 나면 남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항상 내가 필요한 이상으로 넘치게 돈을 많이 버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아. 잘 될 때가 있으면 잘 안될 때가 반드시 있는 거더라. 그래서 자만하지 않게 됐어. 온전한 내 실력이 아니라 기회를 포착할 수 있던 타이밍과 그걸 내 손으로 움켜잡을 수 있었던 행운과 사람들의 따뜻한 온정과 여러 감정의 관심과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이루어져 있어.

 

나라는 인간 자체가 그래. 쌀을 만드는 데에도 굉장히 많은 과정과 손이 많이 들어가는데 그들부터 없었다면 어쩌면 밥을 먹지 못했고 지금 쓰고 있는 도구들이나 플랫폼을 개발해 주신 분들이 없었으면 그 혜택을 내가 누리지 못했을 거야. 제일 처음으로 돌아가서 부모님이 없었다면 아이를 가지겠다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나도 없었어.

지구상의 어떤 종의 생물 하나가 멸종하면 연쇄작용처럼 그걸로 인해 살아왔던 생물이나 잡어 먹었던 생물들이 다 죽게 된다는 말을 들어봤지. 많은 것들이 알게 모르게 연결되어 있고 연계되어 있어서 그게 꼭 남의 일만은 아니었어.

 

그게 다 맞아떨어져서 지금 내가 여기 있는 거야.

 

물론 나도 마찬가지로 노력했어. 나를 낮출 것까지는 없겠지만 그런 걸 생각해 보면 오만하게 굴기보다는 감사할 줄 알아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 같다. 뭔가 빨리 정점을 찍으려고 혈안이 되기보다는 꾸준하게 하게 되는 것도 있어. 그건 정점을 찍거나 올라가도 그게 계속 유지되는 속성이 아니라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파도처럼 크거나 낮고 불규칙적으로 왔다 갔다 오락가락할 거라는 걸 아니까 일희일비 안 하려고 그러는 거야.

 

너무 기뻐했다가는 죽고 싶어질 테니까. 그리고 너무 절망할 일도 아닌지도 몰라. 

 

언젠가 또 넘실거리면 또 위도 찍어보고 그런 거 아니겠어. 내가 보기에는 그렇더라고. 그리고 그러려면 너무 열심히 하면 안 되겠더라. 그러면 너무 열심히 한 만큼 기대하게 되고 보상심리가 생기고 결과 하나하나에 마음이 요동치더라고 그러면 꾸준히 계속해 나가는 게 어려워지고 만다. 우리 인생 보면 그래. 잘 살든 못 살든 크게 실수하고 망쳐도 살아있는 동안은 조금씩 걸어나가듯이 살아가잖아. 그러니까 망쳤다고 계속 밥을 안 먹거나 계속 숨을 안 쉬거나 인생이 끝나거나 하는 건 아니고 계속 가는 게 있어. 결과와 상관없이. 나는 그게 우리가 봐야 할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결과는 끝과 비슷하고 잠깐 보이다가 사라지는 거, 하지만 우리는 과정하고 살아있는 동안 계속 걸어가야 해. 마치 동반자 같아. 그렇다면 과정을 더 가치있게 생각하고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건 당연한 거야. 왜냐면 결과는 나하고 잠깐 있다가 가버릴 거지만 과정 걔는 내가 죽을 때까지 같이 걸어가야 하는 거거든. 얘하고는 이혼도 못한다. 내가 편하게 살려면 어떻게든 잘 구슬리고 살살 달래서 데려가야 하는 걸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결과는 계속 반짝하고 나타났다가 사라질 거야. 그러니까 걔가 빛과 같이 나타났다가 사라질 정도의 속도만 그 잠깐의 시간 동안만 아쉬워하고 슬퍼하고 절망하고 기뻐하기로 해.

 


투비의 이사리님이 필사하시는 걸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멈췄던 필사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다짐했는데 그게 오늘이었나 보다. 봄방학에 꽂히면서 며칠의 자유가 생기면 뭘 할까에 대해 상상하면서 정말 새로 시작하게 되는 것들이 많았다. 지난 한 해 동안 하겠다고 생각만 하고 망설였던 것들의 거의 대부분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꽤 얻어낸 수확이 컸다고 느낀다. 첫발을 도저히 못 떼서 발만 동동 구르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나니까. 봄이라는 단어는 마법 같다. 그리고 방학은 생각지도 못한 향수를 자꾸만 불러일으키니까. 예전에 알았던 걸 자꾸만 되찾게 되는 기분이 들었다. 감각이 돌아오는 건 좋은 변화인가? 이걸 시작으로 뭘 손에 쥘 수 있게 되려고 자꾸만 밀려들어오는지 도무지 모르겠지만 감당이 되는지 어떤지 재지 않고 흥미로 새로운 걸 시작하는 건 꽤나 즐겁고 피가 끓어 오르는 것만 같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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