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에 동백꽃 보셨나요?
겨울에 붉은 동백꽃을 봐야 할 거 다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저는 동백나무 두 그루를 키워요.
17년 전 제주도에서 주워온 씨앗을 파종해서 키우고 있습니다.
정통 제주 홑동백 나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요즘은 꽃잎수도 많고 색도 화려한 겹동백 나무가 많지요.
그래서인지 붉은 홑동백이 오히려 귀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아무리 화려한 색의 겹동백이 많아도 홑동백의 단아한 아름다움은 어나더레벨 이라고 생각해요.
동백 나무는 거의 모든 날들을 옥상에서 살지만 한 겨울에는 잠시 실내로 들입니다.
땅에서 사는 나무가 아니면 영하의 날씨를 화분에서 견디기는 힘들어요.
그래도 동백 꽃을 피우려면 좀 추워야 합니다.
대체로 나무의 꽃들이 그런 것처럼 말이죠.
또 동백은 비료를 줬을 때와 안 줬을 때의 봉오리 수가 확연히 다릅니다.
동백은 비료의 약발을 좀 많이 타는 나무 같아요. :)
또 한 여름에 햇빛에는 좀 취약합니다. 잎이 타고 오그라들어요.
그래서 한 여름에는 그늘 자리에서 지내요. 그래도 덥긴 하겠죠.
동백꽃 봉오리는 초록으로 시작했다가 점점 붉게 물들면서 봉오리 자체의 크기가 커져요.
봉오리가 조금 벌어져서 들여다보면 안쪽은 온통 샛노랑입니다.
빨강 홑겹 꽃 속에 노란 술이 가득해요.
꽃은 정말 신기하죠. 어떤 꽃이든 말이에요.
이런 질감과 이런 재질과 이런 색이 어떻게 만들어져서 나오는지!
홑동백의 색과 모양이 정말 곱고 예쁘지요?
동백꽃은 활짝 피어난 그 모습 그대로 한결같이 매달려있다가 느닷없이 툭 떨어집니다.
잎을 한 장 한 장 떨어뜨리며 사그라들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묵직하게 툭! 하고 큼직한 꽃송이 그대로를 잘라내요.
끝까지 예쁘다가 톡 떨어져요. 마지막까지도 품위를 지키는 느낌입니다.
동백꽃은 꿀이 참 많아요.
이렇게 떨어진 꽃의 안에는 꿀이 가득합니다.
제가 한번 혀를 대보니까 무척 달더라고요.
꽃이 떨어진 자리에는 이렇게 열매가 맺혀 자랍니다.
이건 지난 해 채종한 사진인데요.
동백 씨앗은 이렇게 두껍고 단단한 껍질 속에 있어요. 벌어져서 씨앗이 따로 떨어지긴 합니다.
하지만 저 씨앗도 상당히 단단해서 파종하면 1년이 넘게 걸리기도 해요.
잊고 있으면 발아할 때가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국립산림과학원 트위터지기님이 찍어서 올려주신 동백꽃을 찾아온 동박새 사진을 올려둘게요.
동박새가 얼마나 작으면 저렇게 꽃잎에 매달려 있을 수 있는 건지. 😍
참, 동백꽃에는 향이 없습니다.
동백꽃은 새를 유인하는 조매화로, 향기가 없는 대신 그 붉은 꽃으로 새를 부르고 꿀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분을 한다고 해요. 추운 겨울에 동백꽃은 동박새에게 꿀을 제공하고, 동박새는 동백꽃의 수분을 도와주는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파종인간
파종을 좋아하는 식물 집사. 실내 식물 키우기와 텃밭 농사도 합니다. <아이의 꽃말은 기다림입니다>외 3권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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