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육퇴후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코로나에 재 확진되고 완치된 후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서 거의 매일을 아이들과 똑 떨어져 잠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날은 하루종일 집에 있었던 덕분에 피곤은 했지만 버틸정도의 체력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눈을 부릅뜨고 버텼다.
남편과 나트륨으로 범벅된 야식을 목끝까지 배부를 정도로 먹고나니 슬슬 잠이 몰려왔다. 안돼. 어떻게 얻은 자유시간인데. 나의 필살기인 "미드"를 틀었다. 캬. 역시. 순식간에 잠이 달아나고 아주 빠른속도로 드라마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나는 평소에 드라마를 잘 안보지만, 가끔 이렇게 미드를 볼때면 이런 재미에 사람들이 드라마 정주행을 하는거구나, 이해가 간다.
여튼 혼자서 한편, 두편정도 보는데 뭔가 심심했다. 입이 아니라 손이 심심했다. 핸드폰을 계속 만지작거려도 해소가 되지 않았다. 그때 눈에 띄고야 말았다. 그것이.
사실 나에게는 네개의 지피펠렛이 남아있었다. 라벤다를 처음 파종할 때 지피펠렛보다 상토에 바로 파종하는게 훨씬 발아율과 생존률이 높다는걸 알게 되었고, 그래서 이번에 네모필라를 파종할때 지피펠렛을 반 밖에 안썼기 때문이다. 결국 지피펠렛에 파종했던 네모필라들은 싹이 나자마자 녹아서 초록별로 가버렸고, 덩그러니 남은 우리 순대들은 잘 뭉쳐져 커피컵에서 현재 당근을 품고 있다.
그리고 나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이 타이밍에 딱 생각이 나는 동시에 눈에 띈것이다. 그래서 오랜만에 야채순대를 불리기로 결심했다. 그로로 나눔행사를 할 때 받은 씨앗도 심어보고 싶었는데, 이참에 잘됐다 싶어서 뒤적뒤적 찾아 꺼내놓고 바로 물 붓기. 너무 오래 건조하게 있어서 그런지 통통해지기까지 꽤 시간이 걸린 지피펠렛.
그런데 지피펠렛이 다 통통해졌는데도 물이 자박하게 남아서 하나 더 추가. 메리골드도 그 덕에 세상빛 보기. 그렇게 눈은 티비에 고정한 상태로 기다리니 야채순대 한접시 완벽하게 완성!
이제 씨앗을 뿌려볼까? 사실 셋 다 이름부터 생소한 아이들이기에 광발아인지 아닌지, 깊숙이 심어야하는지 어째야하는지 전혀 감이 안왔지만 그냥 뿌려보기로 했다. 냅다 심기.
그래도 그 와중에 메리골드는 세워서 심어야 한다는 "램프의요정"님 말이 떠올라 메리골드만은 세워서 푹 꽂아주고, 다른애들은 그냥 올려주기..이러다 광발아 아니면..망하겠지..?ㅋㅋㅋㅋㅋㅋ사실 라벤다나 네모필라나 씨앗색깔이 너무 흙색이랑 비슷해서 파종해놓고도 어디있는지 찾기가 힘들었는데 비올라나 메리골드는 아주 샛! 노란색이라 잘 보여서 좋았다. 비올라는 씨앗이 작으니까 두개 뿌리기.
이로서 봄맞이 충동적인 꽃씨앗 파종하기 끝!
형님들 사이에, 가장 식물등 잘 받는곳에 놓으니 마음이 새삼 뿌듯하다. 과연 저 네개의 씨앗중에 하나라도 발아를 할것인가. 가장먼저 발아하는 녀석이 그나마 화분같은 집을 얻게 될것이다. 베란다 정리하다 옛날에 바질키우던 화분을 발견함! 나머지 애들은 아마 생수병처지가 되겠지..(_0_)
점점 집에 화분이 많아짐을 느낀다. 얼마전에 백묘국을 보러 베란다에 갔다가 고개가 앞으로 확 꺾인 녀석을 보고 얼마나 깜짝놀랐는지, 식겁을 하고 바로 집안으로 들였다. 그래서 더 빡빡해진 틔운오브제 위 나의 정글. 냉해를 입기는 했지만 다행히 며칠뒤 다시 고개를 든 백묘국. 십년 감수했다.
얼른 따뜻한 봄이 오면 좋겠다. 자리가 좁아 여기저기 뻗친 줄기로 구박 아닌 구박을 늘 받는 반데라들도 베란다 넓은곳으로 이동시켜주고, 다른 녀석들도 광합성 신나게 할 수 있도록. 이상 끝!
파초청녀
커피를 사랑하고, 환경지키는것에 관심이 많으며, 책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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