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조언은 유명한 투자 전문가 제임스 토빈이 한 말이다.
놀랍게도 이 조언은 그로로팟을 틔울 때도 아주 유용하다.
모든 계란을 한데 담은 바구니를 엎어버리고 나서 떠올리기에는 너무 늦었지만.
그로로팟 택배를 받고 신나서 한날한시에 모든 지피펠렛에 금어초 씨앗을 심었다.
그리고 지금 내게는 성한 금어초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
택배 상자를 열자마자 '구이일님, 잘 키워주세요.'라는 문구를 본 것이 또렷이 기억나는데,
거... 미안하게 됐습니다.
지난주 그로로에 글을 쓰며 내가 금어초 집사가 아니라 곰팡이 집사였음을 자각하고, 바로 다음날 큰 마음을 먹고 금어초를 작은 화분에 옮겨 심었다. 이미 곰팡이로 초토화 되어 살아 남은 새싹은 딱 둘 뿐이었다.
그나마도 화분에 옮겨 심다가 하나가 꺾여서 맥을 추지 못했다.
그래도 지난번 멜람포디움을 피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의외로 죽을 것 같은 놈이 살아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미세분사로 물을 줬는데도 수압 탓에 완전히 누워버렸지만 혹시 모르지, 하며 싹을 화분에 기대어 주었다.
허튼 기대의 결과는 참담했다. 겨우 화분에 기대어두었던 싹이 그대로 말라 붙은 것은 물론이요, 기대주였던 마지막 싹까지 싹 전멸이다.
그로로팟 두번째라고 자만했던 모양이다. 씨앗마다 생장 환경을 달리 하거나, 씨앗을 남겨두고 시기를 달리 했어야 했다. 한날한시에 '가보자고' 정신으로 했던 씨앗 투자가 쫄딱 망한 셈이다.
그래도 그로로팟 실패 선배로서 초심자 이웃들에게 하고 싶은 말 하나는 생겼다.
명심하세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서는 안됩니다, 절대로.
구이일
3년차 도시 농부이자 글쓰는 직장인.
댓글 3
첫 번째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