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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키우며 번아웃 극복하게된 이유 & 즐거운 식쇼핑
배개미24. 03. 06 · 읽음 127

안녕하세요 그로로 이웃님들 배개미예요 ^^

 

오늘은 제가 어제 여러 셀러분들이 오셔서 각자 가져온 식물들을 파는 식마켓에서 폭풍 식쇼핑을 하고 ㅋㅋ화분들 분갈이하면서 깨달은 것들을 적어볼까해요ㅎㅎ

이것저것 많이 샀어요 ㅋ중간중간에 식쇼핑한 사진들을 끼워봤어요


식물을 키우기 전, 완전 소진되었던 나

 

2022년 2월 부터였으니까 제가 식물키우는 집사가 된 지 벌써 2년이 되었네요. >_<

제가 식물을 키우게 됐던 건 전에 직장을 퇴사하기 8개월 전부터 다니다가 코로나 기간 동안 재택근무하는게 정말 답답해서 퇴사를 했었어요. 온라인으로 재택근무가 그때 처음이었어요. 재택이고 컴퓨터로 일을 하다 보니까 일하는 시간에 제한이 없어서 그 당시 거의 하루에 적으면 11시간 많으면 14시간, 16시간을 일에 붙들여있었던 것 같아요. 긴장될 때는 몰랐는데 조금이라도 쉬는 시간이 나서 제 상태를 살펴보게되면 성격이 사소한 일에 예민하고 날카로워져 있고 살기 싫다는 생각을 다반수로 하더라고요. 사람들과도 소통하게 되면 짜증이 나고 의욕이 점점 없고 삶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 정도로 상황이 안좋아졌었어요. 그러니 먹는 것을 챙길 의지도 사라져서 식사를 제대로 챙기거나 운동을 하지 않아서 고지혈 위험, 이유를 알 수 없는 발바닥 통증, 과체중, 위염, 어두운 낯빛 등 건강에도 적신호가 왔었어요. 삶의 의욕이 정말 없던 시기였어요. 아침에 눈을 떠서 하루를 시작해야한다는 것이 너무너무 싫고 무기력하더라고요.


그렇게 번아웃을 겪다보니 뭔가 탈출구를 찾아야했어요. 이러려고 사는게 아닌데. 그래서 시작한 것이 식물을 키우는 것이었어요. 마침 그때 코로나로 인해 다들 집안에서 생활을 하다보니 SNS에서 식물을 키우는 분들의 이야기가 점점 많이 보이더라고요. 그분들의 채널을 보며 조금씩 식물을 들이며 식물 키우는 법을 알아갔어요.

 

식물을 키우며 얻게된 해방감


컴퓨터 앞을 벗어나 화분을 관찰하고 물을 주고 분갈이하며 흙냄새를 맡으니까 마음이 한결 편해지고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키우는 식물에게 물을 주면서 마치 내 자신에게도 수분을 주는 듯 마음이 촉촉하게 부드러워지는 듯 했어요. 그리고 저면관수로 키우는 식물이 물을 잘 마셔서 물통의 물이 줄고 잎이 그만큼 커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덩달아 나도 채워지고 성장하는 느낌이 들어 좋았어요. 여전히 컴퓨터 앞에서 업무 보는 시간은 안좋아했지만 조금이나마 다른 활력소가 생겨서 좋았어요.

 


또다시 일이 되어버린 식물 키우기

 

그러다 내가 지금 힐링되고 있는게 맞나 싶은 순간들도 왔었어요. 식물을 돌보며며 힐링이 되기도 했지만 관엽식물을 키우던 터라 식물의 성장이 너무 빨라서 식물에게 필요한 시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식물을 해줘야 하는 것들이 많아 바빠지기 시작했어요. 그러다보니 식물을 키우는 일이 취미가 아니라 의무인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었어요.

특히 물주고 분갈이 하는 일 때문에 해야할 것이 많았어요. 그당시 2,3일에 한번은 20개나 키우던 모든 식물에 물을 줘야했고 집의 볕이 좋아 다들 성장이 빠른 것 때문에 일주일이나 2주일에 한번은 분갈이를 해야했어요. 그당시 몬스테라나 알로카시아가 정말 크게 자라서 그 친구들은 24센치 지름의 크고 두꺼운 화분에 펄라이트, 흙, 코코넛 칩, 황토볼 등 재료들을 3리터, 5리터씩 주 문해 낑낑 들고 분갈이하느라 온 화장실을 흙바탕으로 해놓고 살아야했어요 ㅎㅎ그렇게 되니까 힐링이 아니라 노동 같았어요 ㅎㅎㅎ

 

식물 키우기가 힐링이 되려면

 

그래서 이대로는 안되겠다. 저에게 맞는 식물관리하기 루틴을 찾아야 했어요.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제 경우는 물주기 일이라도 줄여야겠다는 생각에 화분을 자동급수로 모두 바꾸어서 스스로 물을 마시게 하고 물주는 일을 2주에 한번, 한달에 한번 하게 됐어요. 그러니 그때부터는 다시 평화롭게 식물을 관망하는 것이 가능했어요 .ㅎㅎ

그때 느낀 것이 힐링을 하려고 식물을 기른다면 반드시 관리를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식물을 기르는 것 자체로 반드시 힐링이 되는 것이 아니라 편하게 기를 수 있는 관리법을 가져야 힐링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자신에게 힐링되는 식물 고르기

 

1. 첫인상
식물의 가격이 싸든 비싸든 어떤 식물이든 그 모양새에 끌렸다면 그 식물이 가진 매력이 좋았다는 거예요. 따라서 가격에 상관없이, 인기도에 상관없이 내가 끌렸던 모양으로 식물의 첫인상을 고르면 될 것 같아요. 저는 첫인상이 좋았던 식물이 애정도 오래 가더라고요 ㅎㅎ

 


2.관리 가능 여부

그러고서 그 식물이 본인이 가진 시간적, 공간적 여유에 따라 관리가 가능할만 식물인지 아는 것이 중요해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관리가 부담스러워지면 힐링이 아니라 노동이나 일처럼 되어 버리거든요. 아무리 모양이 예뻐도 내가 관리할 수 있는 아이가 아니라면 곧 죽게 될 것이고 키우던 식물이 죽는 것을 보면 정말 속상하고 키우는 자신감이 하락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관리를 할 수 있는 아이를 시작하시고 관리가 어렵겠다 싶으시면 아직은 내려놓는게 그 아이를 위해서나 나를 위해서 필요한 것 같아요.

 

물주기가 길어서 한주에 한번 정도만 물줘도 되는 식물이 생활 패턴과 맞으시면 물을 자주 요구하지 않는 다육이나 아프리카 식물과 같은 사막식물을 키우시면 좋아요. 물을 자주 먹지 않고 성장을 하기는 하지만 아주 미세하게 자라거나 자라도 공간을 많이 차지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집 공간이 좁은 분에게도 좋아요.

 

키우는데 작은 면적만 있어도 되는 또 좋은 아이템으로는 테라리움이 있어요. 테라리움은 유리병 속에 이끼를 넣고 키우는 것인데 유리병 속에 막혀있기 때문에 우리 집 공기에 미치는 공기 정화 효과는 없지만 닫혀 있는 테라리움은 일주일에 한번, 열려있는 테라리움은 하루에 한번 물을 뿌려주기만 하면 되는 등 관리가 편하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아요.

 

식물 키우기가 번아웃 극복에 도움이 된 이유


완전히 번아웃에서 회복이 된 것은 아니지만 퇴사 후 1년 반이 지난 지금,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번아웃에서 좋아진 데에는 식물 키우는 것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식물을 관리하며 식물의 초록초록하면서 다양한 잎색, 식물의 흙내 등 내가 좋아하는 감각들을 느끼며, 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혼자 있으면서도 외로운 대신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가 있었어요.

 

그와 더불어 식물을 키우면서 같은 취미를 가지신 식집사님들과 이해관계없이 편안한 관계를 맺어가며 소통하게 된 것도 삶에 대한 회의나 인간관계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내려놓게 했어요. 곤두서 있던 신경이 많이 풀어지게 되었어요.

 

그외에 여러가지 영향들이 있지만 식물 키우기가 번아웃에 도움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식물을 키우는 것이 오롯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 이었다는 데 있는 것 같아요. 번아웃, 즉 소진증후군이 왔었던 이유는 상사의 기대, 달성해야할 업무량, 영업 실적, 일해야하는 시간량 등 내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닌, 타의에 의해 제가 맞춰야할 것들로 삶이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 안에서 어느하나 제 의지대로 무언가를 결정하고 취사선택할 수 있는 여지 없이 해야할 것을 정해져 받고 그것을 수행해야하는 상황 속에서 숨이 막혀오고 삶의 의지를 잃었었던 것 같아요.

 

반면에 식물을 돌보는 일은 왠지모를 짜릿함이 있어요. 식물은 사실 매우 수동적인 존재라서 제가 선택한 식물을,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제가 원하는 시간에 오로지 저의 결정으로 실행하기에 제가 결정하는 비중이 80%, 식물이 요구하는대로 맞춰야 하는 비중은 20% 정도의 일이라서 식물 돌보기가 제가 제 삶의 주도성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제 성격상 유독 본인이 주도적인 생활을 원하는 타입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어느 누구도 자신의 삶에서의 주도력이 50%보다 낮아지게 되면 무기력감이 들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결혼하고서 애를 키우다 소진되는 부모님들이 있는 이유가 아이에게 100% 맞춰줘야 하기 때문이 아닐지... 결혼 안해서 모르겠네요 ^^; 그럼에도 그보다 더한 보람이 있겠죠?)


한국사회는 특히나 유교문화때문인지 서양 문화권과 비교해서 볼 때 권위에 질문없이 복종하고 다른 사람의 말대로 잘 수행하며 자기 주도성을 지양하는 것이 미덕이라 믿어온 역사가 있잖아요. (물론 제 생각이겠지만) 그만큼 자기 주도성을 인정받지 못해왔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번아웃을 겪고 우울증을 겪고 있는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이 들어요.

 

번아웃을 겪는 사람이 많아지는데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데에도 그 이유가 있을 것도 같아요. 물질은 더 풍요롭고 생활은 인공지능으로 더 편리해지고 있지만 인공지능의 능력이 점점 사람보다 우위가 되면서 사람의 통제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것 같아요.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인한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느라 각박하고 살아가는게 힘들다, 여유가 없다고 사람들이 느끼는 것 같아요. 아마도 전세계와 무한 경쟁하고 발전하는 시스템 속에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점점 줄어들고 오히려 시스템 안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우리가 갖춰야 할 것이 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도 그 속에서도 언제든 기회가 있는 법이겠죠.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 지 잘 모르겠지만, 어떤 일을 하든 그 속에서 어떤 일을 할지, 내가 스스로 선택을 하고, 일을 하는 방식도 스스로 선택을 하고, 제가 스스로 주도적일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해가야겠구나...그래야 번아웃을 안 겪겠구나 엉뚱하게도 식마켓에서 사온 화분들을 분갈이 하며 갑자기 깨닫게 되었어요 ㅋㅋㅋ 그래서 오늘 이렇게 긴 글을 남겨보아요 ㅎㅎㅎ

 

엉뚱한 결론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로로 친구님들의 생각은 어떠하신지 궁금해요
그럼 또 뵈요

 

배개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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